국회가 이른바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을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없이 본회의에 직회부해 심의·의결한 절차는 무효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여야 이견이 컸던 두 법안이 거대 야당의 주도로 사실상 단독 의결돼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국회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 여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헌재는 26일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6명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방송3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에 관해 국회의장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모두 기각 결정했다.
국회법 86조는 법사위가 각 위원회 회부 법안을 이유 없이 60일 이내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의가 있을 때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표결,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 합의가 30일 내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 부의를 무기명 투표 표결에 부치도록 결정할 수 있다.
올 3~5월 정청래 당시 과방위원장과 전해철 당시 환노위원장은 각각 과방위 소관인 방송3법과 환노위 소관 노란봉투법에 대해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가 이유 없이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임위 전체회의서 표결했다.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은 물론, 민주당 의석이 전체 과반이라 여당 퇴장 등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됐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체계·자구 심사 중이던 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건 헌법상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해 무효"라며 헌재에 권한침해·무효확인을 해달라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각 법안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두 상임위원장의 행위, 본회의에서 각 법안의 본회의 부의 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행위가 심판대상이었다.
방송3법에 대한 과방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는 재판관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갈렸지만, 다른 부분은 재판관 전원일치 기각 됐다. 다수 의견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각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 요구를 했고, 본회의 표결 결과 재적의원 과반 출석·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소관 위원회 판단의 정당성이 확인된 이상 국회법상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 기관이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국회법상 의미와 요건이 상세히 규정돼있지 않은 '이유 없이'라는 부분의 해석 문제에서 재판관들 의견이 갈렸다. 유남석·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국회법 86조에 나타난 절차 준수 및 법사위의 책임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간을 준수하지 못했는지 여부"를,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60일내 법안 체계·자구 심사를 마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합리적 사유 유무 관련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각각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이은애 재판관 등 4명은 이를 근거로 과방위원장의 권한침해에 대해 "과방위가 법안 내용 등을 충실히 논의했다고 보기 어려워 법사위가 법안 위헌성이나 체계정합성에 대해 심사를 계속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고, 의도적으로 입법절차를 지연했다고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과방위원장이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한 것은 심의·표결권 침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다만 "하자가 헌법적으로 중대하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 확인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