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삼성이 축하 케이크 대신 꺼낸 뜻 밖의 기념품은

입력
2023.10.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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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삼성SDS, 선임 사외이사 도입 
사외이사의 위상 강화, 이사회 독립성 키워
일부에선 "당장 성과 내기 쉽지 않다" 평가도


삼성 일부 계열사들이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이사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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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와 삼성SDS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뽑아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게 한다. 선임 사외이사는 ①'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고 ②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 ③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며 이사회 의장 및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한다. 이 제도는 현재 국내 상법상 금융 기업에만 의무화돼 있지만 삼성은 선제적으로 제도를 채택하기로 했다.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 8개 사는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제도 도입 대상은 아니다.



미국 주요 기업 68%가 도입한 제도


삼성 관계자는 "거버넌스 체제를 재편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와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며 "삼성은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 정착 및 거버넌스 체제 재편을 위한 두 가지 표준 모델을 정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2년 2월에는 사외이사에게 의장을 맡겼다.

대다수 국내 기업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는 반면 사외이사 권한을 사내이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삼일PwC가 발표한 '2022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비금융권을 기준으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기업이 지난해 14%였으며 선임 사외이사를 뽑았다고 공시한 기업은 5%에 불과했다.

반면 S&P 500이 미국 기업의 이사회 현황을 매년 발표하는 스펜서스튜어트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비율은 36%이며, 68%의 기업이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예직처럼 이름만 붙이는 것" 지적도


다만 선임 사외이사 제도만으로는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등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선임 사외이사라고 책임이나 권한이 더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명예직처럼 이름만 붙여 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충성 경쟁을 시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인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도 "이미 기업 친화적인 기존 사외이사 중 선임 사외이사를 뽑는 것만으로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면서 "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받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고서야 의미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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