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학교 급식서 먹던 그 국수, 집에서 맛본다…"30년 면 노하우 살려 밀 키트 도전~"

입력
2023.10.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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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면사랑 공장 가보니
면·소스·고명 만드는 단일 공장
급식에서 가정용 시장으로 진출


기다란 컨베이어벨트에서 납작하고 뽀얀 밀가루 반죽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어 여섯 대의 롤러가 서서히 반죽에 압력을 가해 얇은 면대로 만들었다. 건면을 만드는 과정인데, 반죽을 만져보면 수분을 가득 머금어 촉촉하다. 면대를 롤러로 늘릴 때도 면이 마르지 않도록 공장 천장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수시로 물을 뿌렸다. 수분을 충분히 담아 만드는 다가수 숙성 공법이다. 면을 말리는 게 오래 걸리고 복잡하지만 밀가루 글루텐을 활성화시켜 면발이 더 쫄깃해진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25일 충북 진천군 면·소스 전문업체 면사랑 생산공장 2동에서는 건면을 뽑아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하루 50톤이 넘는 건면을 만드는데 이 밖에도 생면, 냉동면, 쫄면, 냉면까지 150가지의 면을 만들어낸다.

면대를 가느다랗고 긴 면으로 자르는 공정을 마치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건면 제조의 꽃인 건조실로 옮겨진다. 이곳에서는 총 5개의 건조실을 운영하는데 각 건조실마다 온도와 습도를 다르게 조절해 7시간 이상 면을 말린다. 공장 관계자는 "각 건조실마다 온도는 30~40도, 습도는 60~70도 정도로 조절해 면을 건조한다"며 "모든 공정이 끝나면 면에는 수분이 11%만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건물에서는 김말이를 튀기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우동 고명과 각종 튀김 등 면 메뉴에 들어가는 튀김과 육가공 제품 50여 종을 만드는 곳이다. 또 다른 건물에서는 100가지 넘는 소스류를 제조한다. 한 공장에서 면과 소스, 고명까지 모두 만드니 제품 연구·개발(R&D)만 잘 이뤄지면 밀 키트 하나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잘나가던 면 납품업체, 가정용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1993년 오뚜기 건면 납품업체로 출발한 면사랑은 각종 면과 소스, 고명을 납품하는 기업간거래(B2B)로 2018년 매출 1,000억 원대 기업이 됐다. 지난해 1,400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30주년을 맞은 올해는 매출이 1,800억 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초·중·고 급식과 회사 구내식당, 외식업체, 자체브랜드(PB) 시장에까지 납품해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브랜드는 몰라도 면사랑 면 안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칠 정도다. 심지어 군대 PX에서는 면사랑의 '볶음짬뽕면'이 오랜 사랑을 받아 추억의 간식으로 꼽힌다고 한다.

최근 회사는 소비자간거래(B2C) 시장에 진출해 소비자와의 소통을 늘려가고 있다. 그동안 쌓아 왔던 면 생산 노하우를 활용해 냉동팩면, 냉동용기면, 냉동밀키트 등의 제품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다. 면, 소스, 고명을 모두 한곳에서 생산하는 단일 제조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시스템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덕분에 여느 업체보다 B2C 제품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고, 밀 키트의 맛도 보다 조화롭게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회사가 가정용 시장에 눈을 돌린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급식·외식업체의 부진으로 2020년 사상 처음 역성장을 기록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을 체감한 것이다. 정 대표는 "적자를 처음 경험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려면 소비자 유통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식자재 시장을 넘어 회사가 존재감을 키우려면 면사랑 브랜드로 낸 제품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출도 강화한다. 현재 수출 중인 중국, 베트남, 태국 시장에 이어 다음 달 프랑스 최대 식품 매장인 '까르푸'와 '르클레흐'에 냉동팩, 냉동용기면 7종을 수출할 예정이다. 수출 제품은 김치볶음면, 떡볶이처럼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한식 제품을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가정용 면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 일본식 새우튀김우동을 파는 것이 무슨 메리트가 있겠나"라며 "매운맛을 살리거나 한국의 재료를 넣은 한식으로 접근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천=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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