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담벼락에 내리쳐도 집유... 동물학대 선고 여전히 들쭉날쭉

입력
2023.10.25 17:30
고양이 학대 항소심서 각각 실형, 집유 판결 엇갈려



"정말 롤러코스터 같은 한 주였다. 동물학대 판결이 진전된 것 같다가도 또 제자리걸음이다."

지난주 동네고양이 학대 사건 관련 2건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접한 동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동물학대 사건 처벌 수위가 낮고 재판 결과도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주 재판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린 '고어전문방'에 자신이 학대·살해한 동물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한 20대 남성 이모씨에게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나경선)는 18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씨에게 선고된 벌금도 1심의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었다.

반면 경남 창원시 대방동 한 음식점에서 돌보던 동네고양이 '두부'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20대 송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창원지법 형사5부(부장 김형훈)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송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또 보호관찰 1년과 사회봉사 160시간, 동물 학대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을 명령했다.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고어전문방 판결의 경우 피고인이 초범이고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하면서도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고 생명을 박탈한 데 아무런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하면서 원심의 형이 부당하게 낮다고 봤다는 점에서 두부사건과 차이가 있었다.

서국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앤알 변호사는 "두부사건은 유사사건으로 실형이 선고된 2019년 경의선숲길 사건에 비해 지나치게 형이 경하다”며 "피고인이 다른 피고인들보다 특별히 양형상 유리하게 고려될 특별한 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피고인들 입장에서도 판결이 공정하다 느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기소된 사건 내용이 다름을 감안하더라도 두부 사건의 판결은 아쉽다는 게 동물단체의 입장이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은 "두부 사건의 경우 두부를 돌봐왔던 보호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 재물손괴 혐의가 다뤄지지 않은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동물학대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세우기로 결정했지만 실제 적용되는 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준이 마련되기 전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팀장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으로 민법이 개정되면 재판부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부사건의 경우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보호관찰 처분이 나온 것"이라며 "사건 재발 방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보호관찰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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