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지키지 못해 미안"… 전역한 '해병대 수색' 생존장병, 공수처에 1사단장 고소

입력
2023.10.25 16:32
25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책임 물을 것"

경북 예천군 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 장병 A씨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 7월 19일 예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급류에 휩쓸렸던 3명 중 한 명으로, 고 채수근 상병과 함께 50~80m가량 떠내려가다 구조됐다.

군인권센터는 25일 "A씨가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만기 전역한 A씨는 군인권센터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사고 당사자로서,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면서 "저와 제 전우들이 겪을 필요가 없었던 피해와 세상을 떠난 채 상병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고소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어 온 A씨는 "밤마다 쉽게 잠들기 어려운 날들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가며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 그 와중에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 가던 채 상병의 모습이 꿈에 자꾸 나타났다"면서 "여전히 채 상병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미안한 마음에 물에서 건져지자마자 모래사장을 따라 무작정 채 상병이 떠내려간 방향으로 뛰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채 상병 사망 사고 이후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꼬리 자르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단장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채 상병과 저희가 겪은 일을 책임져야 할 윗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현장에서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는 걸 걱정하는 사람들만 처벌받게 되는 과정을 보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지시를 받고 작전을 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친 것이 아니다"라며 "사단장과 같은 사람들이 자기 업적을 쌓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A씨 어머니도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군인권센터는 "당사자가 사고 전후의 상황을 직접 수사기관에 밝힐 수 있게 된 만큼 공수처의 성역 없는 수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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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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