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비만으로 학생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학교 체육수업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교사, 스포츠강사 44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85.6%는 체육수업을 더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4명(41%)은 적절한 체육수업 시간으로 '일주일에 4시간'이라고 답했고, 10명 중 3명(32%)은 '5시간'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47.2%)은 청소년들의 신체 활동이 부족한 이유로 '학교 체육수업 부족'을 꼽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 3~6학년 및 중학생들의 연간 체육수업은 102시간이다. 일주일 평균 체육수업이 3시간에 불과한 셈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은 정규 체육수업이 없다. 미술·음악·체육을 묶은 '즐거운 생활' 수업을 2년 동안 총 384시간 듣는데, '체육활동을 몇 시간 이상 해야 한다'는 구체적 지침은 없다. 고등학교에선 3년 동안 체육 과목으로 10학점(50분 수업 17회 들으면 1학점 취득)을 얻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정도만 수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마저도 입시 준비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때가 많다. 반면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선진국에선 체육시간에 배우는 종목을 다양화하고 수업 시간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 청소년들의 활동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낮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청소년(11~17세)들의 운동량 미충족 비율은 9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았다. 필리핀이 93.4%, 캄보디아가 91.6%로 한국과 비슷했고 전 세계 평균은 81.0%였다. 허강환 전국초등스포츠강사협의회장은 "아이들이 체육 활동을 쉽게 접하고 습관처럼 익숙해지려면 수업시간 자체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활동량은 청소년 비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2013년 6.6%에서 2018년 10.8%로 증가했고, 2022년 12.1%까지 치솟았다. 10년 사이에 비만율이 2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초등학생 비만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 31곳의 학생 3,9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율은 19.5%에 달했고 과체중률은 13.4%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정상 체중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정현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 연구위원은 "체육수업을 어색하게 받아들이면 신체 활동 감소로 이어져 비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어릴 때부터 체육 활동에 익숙해져야 나이가 들어도 체육에 재미를 붙일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체육수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