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옥빈이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아라문의 검'까지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배우 본인이 작품에 갖고 있는 애정이 워낙 큰 덕분에 가능했던 지점이다. 이 가운데 김옥빈과 장동건은 '아스달' 세계관에서 우뚝 서서 이야기를 이끌었다.
25일 김옥빈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tvN '아라문의 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라문의 검'은 타곤이 왕좌를 차지한 뒤 약 8년이 흐른 이후의 세상을 배경으로, 검의 주인이 써 내려가는 아스달의 신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타곤·은섬·탄야·태알하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김옥빈은 태알하로 분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도맡았다.
이날 김옥빈은 "'아스달'을 너무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기분이다"면서 "열린 결말이 상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았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옥빈의 말을 빌리자면 '아스달' 세계관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옥빈 역시 새로운 시청층이 유입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은 (제게도) 너무나 생소했다. 대본을 받아 이해하는 것도 오래 걸렸다.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갔는데 한 번 이해하고 나니 속도가 붙었다. 배우인 저도 이러는데 대중도 어렵겠구나. 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라문의 검'은 전작 '아스달 연대기' 이후 4년이라는 공백기와 주연 교체를 딛고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김옥빈은 "코로나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태알하와 '아스달'을 사랑했기에 유의미한 결말을 맞이하고 싶었고 시즌1이 아쉬웠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한 배우의 사랑이 크게 작용했다. "빌런 역할을 처음하게 됐는데 태알하의 가정사, 환경, 관계성이 독특하게 느껴지면서도 애잔했습니다.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마지막까지 제가 사랑했던 이 캐릭터를 내가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극중 태알하는 멸망한 부족을 살려야 하는 염원을 갖고 있기에 도구처럼 이용당하고 또 그 역시 누군가를 이용하며 '첩자'가 된다. 타곤을 끝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김옥빈을 흔들었다. 작품 내내 지략적으로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는 빌런이기에 김옥빈이 소화해야 할 액션이 유독 적었다. 이를 두고 "저는 전투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태알하는 정치에 몰려있는 신이 많았다. 밖으로 나가면 더 좋았을 텐데. 기본적으로 액션을 잘 하는 캐릭터라서 싸움 장면이 더 나왔다면 더 재밌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연기 도중 코뼈가 부러지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작가에게 연락해 "제가 다쳤다고 해도 액션을 빼지 말아달라"라고 요청할 만큼 김옥빈은 '아스달 연대기'에 진심으로 임했다.
워낙 독창적인 세계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주역이지만 이입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에 김옥빈은 "현장에서 의상을 입었을 때야 '뭔지 알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사를 외우고 연습한 것에서 복식과 분장을 마치고 나서야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마음가짐도 덧붙여졌다. 그러면서 김옥빈은 "인터넷에서 '시즌3을 제작하기 위해 모금을 해서 투자하자'라는 댓글을 보고 빵 터졌다. 모금 좀 하라더라"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시즌1에서 태알하는 치기 어린 모습, 사람을 믿고 사랑에 기댔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더욱 냉철하면서 이성적으로 변한 모습으로 임했다. 김옥빈은 캐릭터 소화 과정에 대해 "아버지가 옳았다는 것을 알고 한층 더 성숙해졌다. 태알하는 자기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고 완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아이를 가졌고 어머니가 된다. 시즌1에 비해서 한층 더 성숙해진 톤을 구사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이전의 모습이 남아있길 원해서 중간중간 그런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옥빈에게 '아스달' 시리즈는 유독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처음에는 캐릭터를 잘 잊지 못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무뎌지게 됐다. 그래도 '아스달' 시리즈는 긴 시간 촬영을 해 여운이 있다. 지금도 한 번씩 돌려본다"고 전했다.
다시 만난 장동건과의 호흡은 어땠냐는 질문에 "동건 선배와는 이번 시즌에서 만났을 때 참 뭉클했다. 4년 만에 상대 배우를 만나게 됐는데 오랜만에 보니 존경도 느껴진다. 떨어졌던 세월에서 연기를 하는 과정, 또 다시 타곤과 태알하를 만들어야 했다. 얼굴만 봐도 슬펐다"라고 답했다. 현장에서 조우한 장동건 역시 김옥빈의 감정에 공감했단다. "우리 참 불쌍하다"고 말하면서 인물들의 이야기에 안타까움을 표했다는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합류한 이준기 신세경을 언급한 김옥빈은 "둘이 워낙 베테랑이라서 너무 잘하더라. 이준기는 텐션과 장악력이 좋은 배우다. 같이 연기하면 신도 나고 식은땀도 난다. 매 신을 잘 준비하는 사람 앞에서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나도 실수하면 안 되니깐. 그렇게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이어 "신세경은 너무나 마음이 따뜻하다. 챙김을 많이 받았다. 쿠키를 가져다 주더라"고 덧붙였다.
김옥빈은 '아스달' 시리즈로 첫 빌런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만큼 더 강렬하고 극적인 악역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됐다. 아울러 강렬한 캐릭터와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이 실험적인 작품을 최대한 열심히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그 고생과 노고를 현장에서 지켜봤죠. 시청률이 더 올라가지 못했지만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계속 회자되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그가 갖고 있는 고민은 미래의 자신이다. 최근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해 김옥빈은 "중년에도 꾸준히 연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또 잘 성장하고 이미지를 갖게 될지 고민이 있다. 요즘 제 관심사는 선배들의 연기다. 잘 늙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다. 연기자로 잘 이고 가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큰 상태"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