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교육 예산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여당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 논의에 23일 교육감들은 야당과 토론회를 열고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영유아 보육·교육 통합(유보통합)에 따른 추가 비용을 시도교육청이 교부금으로 부담하게 하려는 정부 방침에 맞서,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사태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며 성토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국회에서 '유·초·중·고 교육 예산 축소 대응 토론회'를 열고 정부·여당의 교부금제 개편과 유보통합 재정 분담 방향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장 올해부터 '세수 펑크'로 교육청도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 유보통합 추가 재정 부담과 교부금 축소 요구를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것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교육청 재정은 인건비처럼 경직성 경비 비중이 높고 세입은 대부분 의존 재원이라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며 "유보통합 등 추가 사업까지 시행되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도 "충남은 학교 기본 운영비 같은 경직성 고정비용이 전체 세출 예산의 85%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예산 편성 책임을 서로 넘기며 수년간 갈등한 '누리과정 사태'도 다시 소환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유보통합 소요 비용을 재정 보조 없이 교부금으로만 충당한다면, 과거 누리과정 사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사회적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비용 부담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날 행사는 정부·여당의 교부금 개편 추진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현금성 복지'가 많은 교육청의 교부금을 줄여 다른 교육청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부금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고, 올해 감사원은 내국세의 20.79%로 고정된 교부금이 방만하게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교부금을 어린이집 예산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교부금법을 개정해 지방교육세입의 50%를 지자체 고등·평생교육 예산으로 전환하자며 교육감들을 압박하고 있다.
첫 '전장'은 정부가 내년 5만 원 인상을 공언한 유아학비(유치원) 및 보육료(어린이집) 지원금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사업으로, 국회의 예산안 심의 및 확정 과정에서 비용 분담을 둘러싼 격론이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곽민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전문위원은 지원금 인상에 필요한 예산을 1,768억 원으로 추산하면서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방교육재정에 부담을 전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위원은 "(지원금 인상분 가운데)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부분은 국회에서 증액 요구를 관철시켜야 할 것 같다"는 제안도 내놨다.
학계에선 향후 유보통합 과정에서 교사 처우 개선, 교육 프로그램 강화, 학부모 부담 축소 등으로 매년 수조 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앙정부와 교육청 간 타협이 없다면 실제로 누리과정 사태를 능가하는 교육재정 갈등이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