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은 23일 오후 영동읍 용두공원 앞길에서 가로수의 감을 수확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자리에서 정영철 군수와 각 기관단체장, 주민 대표 등은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따며 풍성한 가을의 결실을 만끽했다. 이날 수확한 감은 경로당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해 따뜻한 이웃의 정을 나눴다.
감 따기는 감고을으로 이름난 영동군의 중요 행사 가운데 하나다. 손옥상 군 산림정책팀장은 “전국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감나무 가로수 길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례 행사”라고 말했다.
요즘 영동군 거리는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도로 곳곳에 조성된 감나무 가로수 길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감으로 가득하다.
감주산지인 영동에서는 1970년대부터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기 시작했다. 영동읍내에서 주요 국도, 지방도, 군도까지 지역 구석구석으로 감 가로수는 범위를 넓혀갔다.
영동군과 주민들의 감나무 사랑은 남다르다. 군은 직영 양묘장에서 감나무 묘목을 직접 길러내 가로수로 심는다. 수세가 약해진 나무는 즉시 교체하는 등 관리에도 세심한 정성을 쏟고 있다.
군은 감 가로수를 홍보하기 위해 2000년 영동읍 부용리에 감가로수 유래비를 세웠다. 그 해 영동 감 가로수는 생명의숲 국민운동본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거리 숲’ 대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가로수 조성ㆍ관리 조례’까지 만들어 감 가로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영동에서는 되도록이면 감나무를 늦게 수확한다. 영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최대한 오랫동안 감나무 풍경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다. 도로변 상인들과 주민들은 평소 집 주변 가로수를 돌보고 무단채취단속반을 편성해 감나무를 지키고 있다. 수확은 매년 감따기 행사를 실시한 뒤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깊어가는 가을, 상가나 집 앞에 심어진 감나무 가지를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하는 모습은 영동에서만 볼 수 있는 정감어린 풍경이다.
이처럼 군민의 따뜻한 정으로 키워낸 감나무 가로수길은 현재 164㎞, 감나무는 2만 3,240그루에 이른다. 영동에서는 올해 3,338농가가 감 4,465톤을 수확했다. 충북 전체 감 생산량의 70%, 전국 감 생산량의 7%에 해당한다.
정영철 영동군수는 “군민들의 애정과 관심 속에 조성된 감 가로수가 가을이면 풍요롭고 정감있는운치를 선사한다”며 “철저한 관리로 지역의 명물을 잘 지키고 보존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