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후원금을 받는 대가로 정부 부처에 실제 인허가 관련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국토교통부 간부급 공무원을 불러 당시 상황을 캐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의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송 전 대표 측 불법 정치자금 의혹 쪽에서 더 활발한 수사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최근 송 전 대표의 제3자뇌물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토부 소속 부이사관(3급)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2021년 2월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등 국가산단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송 전 대표 측 관계자로부터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관련 인허가 청탁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고, 박 전 회장 관련 업무의 진행 상황 등을 소상히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자기 소유 폐기물 처리업체 Y사의 민원을 송 전 대표 측을 통해 해결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Y사는 2020년 하반기 200억 원 규모의 여수산단 소각로 증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사업 추진을 위해선 국토부와 전라남도의 인허가가 필수였다. 이를 위해 박 전 회장이 "국토부를 설득해달라"며 송 전 대표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에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2021년 7월 또는 8월 송 전 대표가 먹사연에 후원금 조로 4,000만 원을 내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공무원(국회의원)이 부정한 청탁(인허가)을 받고 제3자(먹사연)에게 뇌물을 주도록 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를 제3자 뇌물 혐의로 본다.
Y사가 원하던 인허가는 2021년 9월 한 차례 무산된 뒤 올해 7월이 돼서야 통과됐다. 하지만 청탁의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뇌물 혐의는 적용 가능해 검찰은 당시 인허가 관련 로비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수사팀이 12일 '국토부 청탁'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된 김모 전 민주당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을 불러 조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국토부 전관이자 송 전 대표의 고교 동창인 김 위원이 국토부 직원들에게 청탁을 전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과 A씨 등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은 송 전 대표 경선캠프의 불법 후원금 조달을 담당한 창구로 먹사연을 지목, 이달 들어 먹사연 관계자 등을 잇달아 소환했다. 13일엔 먹사연에 식비를 대납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업인 송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일주일 뒤엔 먹사연 김모 이사장도 처음 조사했다.
송 전 대표 측은 "돈 봉투 수사가 안 되니 먹사연으로 별건 수사를 한다"고 반발하면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먹사연 후원을 전혀 모르고, 김모 전 수석전문위원의 청탁도 없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