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매장은 늘어가는데...관리는 아직도 사각지대

입력
2023.12.14 04:30
무인 매장 현황 등 실태 파악 부족
화재 위험 관리도 미흡
시장 변화 따라잡는 관리 제도 마련해야


무인 매장의 증가에 반해 이를 관리하기 위한 효율적 제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U,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 4사의 무인편의점 수는 3,000개를 돌파했다. 주택단지 곳곳에 자리한 무인카페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 여타 무인 매장의 수도 1만 개를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무인 매장의 증가세가 가파른 데 반해 무인 매장 수와 현황 등 기초적인 실태 파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 매장은 상주 직원이 없는 만큼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하지만 상당수 점포는 소화기가 없거나, 구석에 비치돼 사용이 힘들었다. 대부분의 무인 매장이 상가나 주택가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자칫 더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다.

현행 다중이용업소법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 화재 예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무인카페,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 무인 매장은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지 않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방청은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안전 관리를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3년 다중이용업소 화재위험평가’를 거친 후, 무인 매장을 안전 관리 체계에 편입시킬 방침이다.

소방청의 전수조사는 사진관, 세탁소, 아이스크림 할인점, 밀키트 판매점과 스터디카페 등 5개 업종 6,323개소를 대상으로 했다. 무인카페 등 일부 무인업종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을 뿐 아니라 업계에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수만 6,000개 이상으로 추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점포별 조사 기준도 같아 화재 위험성이 높은 라면포트 등 전열기구에 대한 별도 조사도 없었다.

한국일보가 10월 인천 연수구, 서울 양천구와 노원구, 강북구 일대의 무인 매장 40곳을 확인한 결과 전체 매장의 26곳(65%)에는 소화기 등 화재예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화기가 설치된 매장 일부도 냉장고 사이 좁은 공간이나 책상 아래에 위치해 화재 시 사용이 힘들었다. 다만, 소방청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소방청의 자체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업소의 약 90%에 소화기가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의 이준영 소장은 문제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률과 정책, 제도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보완이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창경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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