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매장의 증가에 반해 이를 관리하기 위한 효율적 제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U,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 4사의 무인편의점 수는 3,000개를 돌파했다. 주택단지 곳곳에 자리한 무인카페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 여타 무인 매장의 수도 1만 개를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무인 매장의 증가세가 가파른 데 반해 무인 매장 수와 현황 등 기초적인 실태 파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 매장은 상주 직원이 없는 만큼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하지만 상당수 점포는 소화기가 없거나, 구석에 비치돼 사용이 힘들었다. 대부분의 무인 매장이 상가나 주택가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자칫 더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다.
현행 다중이용업소법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 화재 예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무인카페,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 무인 매장은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지 않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방청은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안전 관리를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3년 다중이용업소 화재위험평가’를 거친 후, 무인 매장을 안전 관리 체계에 편입시킬 방침이다.
소방청의 전수조사는 사진관, 세탁소, 아이스크림 할인점, 밀키트 판매점과 스터디카페 등 5개 업종 6,323개소를 대상으로 했다. 무인카페 등 일부 무인업종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을 뿐 아니라 업계에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수만 6,000개 이상으로 추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점포별 조사 기준도 같아 화재 위험성이 높은 라면포트 등 전열기구에 대한 별도 조사도 없었다.
한국일보가 10월 인천 연수구, 서울 양천구와 노원구, 강북구 일대의 무인 매장 40곳을 확인한 결과 전체 매장의 26곳(65%)에는 소화기 등 화재예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화기가 설치된 매장 일부도 냉장고 사이 좁은 공간이나 책상 아래에 위치해 화재 시 사용이 힘들었다. 다만, 소방청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소방청의 자체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업소의 약 90%에 소화기가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의 이준영 소장은 문제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률과 정책, 제도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보완이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