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스쿨존 만취운전자 징역 12년… "가해자 위한 재판" 배승아양 유족 오열

입력
2023.10.20 18:00
법원 "참혹한 법행, 위법성 매우 무거워"
유족 "공정하지 않은 재판, 못 받아들여"

지난 4월 대낮에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운전을 해 배승아(9)양을 치어 숨지게 한 방모(66)씨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되자 유족들은 “가해자를 위한 재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통곡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나상훈)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ㆍ위험운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방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사고 또한 손쉽게 피할 수 있었음에도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치는 등 매우 참혹한 범행을 저질러 그 위법성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는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숨진 아동의 유족은 공탁금 수령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나머지 피해 아동의 가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일방적인 형사공탁을 유리한 점으로 삼지 않았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배양 어머니는 판결 직후 대전지법 1층 로비에서 “저번 재판에서도 가해자에게 발언권을 줬는데, 정작 제 딸은 죽어서, 다른 피해자들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말을 못 했다. 이건 공정한 재판이 아니다”며 오열했다. 이어 “구형부터 기대에 못 미쳤지만 사회적 이슈가 돼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없진 않았는데 모두 무너졌다”며 “공정하지 않은, 가해자를 위한 재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눈물을 쏟았다.

방씨는 4월 8일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길을 걷던 배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함께 있던 9, 10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08%였다. 배양은 이 사고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또 다른 3명의 피해자 가운데 1명도 뇌수술을 받는 등 전치 2~12주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다른 피해자들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으며 여전히 사고가 난 그날에 갇혀 있다. 사법부가 죄책에 걸맞은 처벌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종을 울려달라”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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