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배상해야" ISDS 판정 불복 절차 예정대로 밟는다

입력
2023.10.19 21:30
엘리엇 측 '취소소송 각하 신청' 기각
영국 법원 "충분한 구술 심리 거칠 것"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억 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판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엘리엇 측이 이를 문제 삼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지인 영국 법원은 엘리엇 측이 제기한 취소 소송 각하신청을 전날(한국시간) 오후 9시 전부 기각했다. 정부가 문제 삼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상 '관할'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엘리엇이 주장한 가정과 사유만으로 '관할' 요건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영국 법원은 '정부 조치' 해당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양측의 구술심리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영국 법원은 아울러 엘리엇 측의 각하신청에 이유가 없다고 보고 한국 정부의 소송비용 절반에 해당하는 2만6,500파운드(한화 4,370만 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남은 절반의 소송비용에 대해선 향후 소송 경과에 따라 지급 주체를 정하기로 했다.

국제투자분쟁 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올해 6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선고일 환율 1,288원 기준 690억 원) 및 법률비용과 지연이자 등 1,300억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으나, 정부는 법리 오해와 계산 오류를 이유로 불복하면서 7월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은 여러 주주 중 하나일 뿐이어서 ISDS 판정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ISDS 제도는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이지, 투자자(주주)와 투자자 간의 다툼은 판정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엘리엇은 이에 8월 "한국 정부가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 소송 사유는 '관할' 요건과 무관하고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구술심리 등 후속 절차 없이 취소 소송을 각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도 이에 같은 달 반박 서면을 제출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찬성 투표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에 문제를 제기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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