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을 매각하려는 산업은행의 다섯 번째 시도마저 불발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다.
18일 산은에 따르면, KDB칸서스밸류PEF는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으로부터 전날 KDB생명 인수포기 의사를 전달받아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검토 결과 보험업 성장 전략과 부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6월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번 본입찰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보험업계에선 KDB생명 몸값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간 시장에선 KDB생명의 적정 매각가를 2,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향후 재무구조를 정상화하는 데 최종적으로 1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ABL생명 등 우량 생명보험사 매물이 다수 나온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산은의 KDB생명 매각 실패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사모펀드를 세워 KDB생명을 인수한 뒤 매각 작업에 나섰다. 하나금융에 앞서 2020년 6월에는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21년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작년에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연내 매각 절차 완료를 목표로 했던 산은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짙다. 그간 하나금융이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의지가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DB생명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재매각 절차는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향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한 뒤에야 재매각 일정 등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