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인력난 해소를 위해 현장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내년도 외국인노동자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인 '12만 명 이상'으로 잡았다. 한국에 머무는 인원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체류 지원도 강화해 중앙정부는 '노무 상담', 지방자치단체는 '생활 지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역에 떠넘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7일 오후 이성희 고용부 차관 주재로 제2차 고용허가제 중앙-지방 협의회를 열고 17개 광역지자체 관계자들과 △지역별 외국 인력 수요 조사 △중앙-지방 체류 지원 협업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2004년 도입한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농어촌에서 비전문 외국 인력(E-9)을 고용하는 제도로 정부가 매년 도입 규모(쿼터)를 정한다. 2012년 이래 연간 5만~6만 명이었던 쿼터는 올해 12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정부는 내년 쿼터도 출산율 감소에 인구 고령화, 인력난이 심각한 지방 사정을 고려해 '12만 명+알파(α)'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올해는 처음으로 광역지자체 수요를 취합하고 이를 반영해 11월 중 내년 쿼터를 정하기로 했다. 그간 관계 부처 의견과 주로 경제지표를 참고해 쿼터를 정했지만 지역 실수요도 감안하는 것이다. 다만 올해는 첫 조사라 지자체 참여율이 낮고 조사 방식도 제각각이었던 만큼 향후 표준화·정밀화한 수요 조사 방법을 고용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외국 인력 도입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안정적인 체류 지원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역이 서로 강점 있는 분야에서 역할을 분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도 밝혔다. 고용부 산하 지방고용노동관서는 임금체불 등 노무 상담을 전담하고, 지자체 내 각종 센터 300여 곳이 생활·문화교류나 의료·생활정보 제공 등 사회 정착 지원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고용부는 외국인노동자센터와 다문화가정 등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가족센터를 지역 내 센터의 예로 들었다.
이는 최근 고용부가 노무 상담과 생활 지원을 함께 하는 전국의 44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사실상 폐쇄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부는 연간 70억 원 안팎이었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내년도 예산을 0원으로 전액 삭감하고, 직접 일부 역할을 대신하겠다면서 △지방노동관서 상담비 18억 원 △산업인력공단 훈련비 9억 원만을 추가 편성했다.
중앙정부는 43억여 원을 아끼고 각 지자체에 추가 예산 배정·인력 지원 없이 정착 관리를 넘긴 셈이다. 외국인노동자센터나 외국인복지센터는 지자체 조례와 예산으로 운영되고 가족센터는 여가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분담한다. 하지만 수도권 내 한 외국인센터 관계자는 "지역별로 센터 편차가 크다"고 했다. 경기도의 28개 시와 3개 군만 해도 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복지센터가 있는 곳은 11곳뿐이다. 이미 지역 자원이 한정됐는데 고용부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폐쇄로 지역별 지원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영 외노협운영위원장은 "지역 센터도 이미 정해진 사업량과 적정 인원이 있는데 지자체 떠넘기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만 고용부는 지자체들이 외국인노동자 체류 지원을 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숙사 마련 등 주거환경 개선, 생활 지원 등 우수한 체류 지원을 하는 지자체에 대해 고용허가 규모를 늘리거나 신규 허용 업·직종을 우선 실시할 수 있게 혜택을 부여해 자율적 노력을 끌어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