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첫 승을 올리며 2연승을 쌓은 '클린스만호'가 17일 베트남전을 앞두고 3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그러나 베트남전이 '무소득 경기'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어 내용적인 측면에서 튀니지전보다 좋은 성과를 올려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오후 8시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A매치 평가전을 갖는다.
이번 경기는 지난달 A매치 일정이 확정된 순간부터 "소득 없는 경기"로 도마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6위, 베트남은 95위로, 한국이 몇 수 아래 전력의 베트남을 상대로 얻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A매치 유럽 원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0으로 승리하며 부임 후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1992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이후 최다 경기 무승 감독의 불명예를 간신히 씻어냈다. 지난 13일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를 상대로 4-0 완승을 거둬 2연승으로 상승세에 있다. 지난 3월 콜롬비아와 평가전(2-2 무)에서의 2골 이후 최다득점도 기록했다.
베트남전 3연승은 어렵지 않게 이룰 듯하지만 내실까지 챙겨야 하는 숙제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튀니지전에 앞서 대형화면으로 소개될 때 6만여 관중에게 야유를 받았다. '원격근무' '근무태만' 논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팬심을 돌리기 위해선 축구 내용적으로 성과를 올려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튀니지전 대승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전히 뚜렷한 전술 없이 선수 개인 역량에 의존한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득점 장면도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한 것이었다. 후반 선제골은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프리킥에서 나왔고, 추가골도 이강인의 솔로 플레이로 얻은 득점이었다. 빌드업 과정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그가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후방에서 한 방에 찔러주는 롱패스가 전부였다. 전반 튀니지보다 높은 점유율로 공격을 전개했지만 골이 터지지 않는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이는 중원을 장악하거나 측면을 활용한 세밀한 전술의 부재 탓이 크다.
그래서 베트남전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예선과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수비에 치중하는 약팀들을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다음 달 월드컵 2차 지역 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은 싱가포르 또는 괌, 2차전은 중국을 상대한다. 내년 1월 아시안컵 조별리그 예선에선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만난다.
베트남은 지난 1월 박항서 감독이 사임한 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중국(10일), 우즈베키스탄(13일)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0-2로 패했다. 튀니지전에 결장한 손흥민(토트넘)의 베트남전 출연 여부도 관심사다. 손흥민은 "경기 출전 욕심이 있다. 잘 준비해서 기회가 되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밝혀 베트남전 출전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