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이 전기차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합작 공장을 지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하거나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나 소재를 장기 공급하는 방식이다.
삼성SDI는 11일(현지시간) 스텔란티스와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부지로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를 낙점했다고 밝혔다. 7월 발표한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2공장을 현재 건설 중인 1공장 인근 부지로 결정한 것이다.
합작 법인은 총 생산능력 6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스타플러스 에너지 코코모 기가팩토리'를 2027년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전기차 약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33GWh 규모의 1공장은 2025년 1분기, 34GWh 규모 2공장은 2027년 초 가동할 계획이다.
스타플러스 에너지의 기가팩토리가 들어서는 이곳에는 스텔란티스의 부품 공장이 있다. 전동화 전략을 펼 전초 기지로 점찍고 삼성SDI와 손잡은 것.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2공장은 회사의 북미 지역 내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며 "회사의 기술력을 담은 배터리를 넣은 스텔란티스 브랜드 전기차들이 미국의 전기차 전환을 앞당기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삼성SDI, 인디애나주와 협력해 코코모시에 여섯 번째 기가팩토리를 마련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말했다.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는 "두 회사의 약속으로 투자와 일자리가 두 배로 늘어나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코코모시와 인디애나주에 미칠 영향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LG화학은 전날 도요타 북미 생산·기술 담당 법인(TEMA)에 2030년까지 전기차용 양극재를 공급하는 중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기차 약 7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으로 계약 금액만 2조8,600억 원에 달한다.
도요타 전기차에 LG화학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건 처음이다. 이 회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배터리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하는 양극재를 공급하면서 도요타와 장기적 협력 관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도요타는 2030년까지 8조 엔(약 72조 원)을 투입해 전기차 30종과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전기차 350만 대를 팔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연간 2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이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북미 전기차 구매 고객들에게 높은 품질과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 도요타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는 안정적 공급망을 바탕으로 종합 전지 소재 리더 기업으로서 자리를 탄탄하게 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