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자극한 '30일', 뒷심이 필요한 때

입력
2023.10.13 23:32
강하늘·정소민, '30일'로 로맨스 호흡
누적 관객 수 89만 돌파

대부분의 동화는 주인공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현실의 결혼 생활이 마냥 행복하긴 어렵다. 결혼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었으나 서로에게 질리게 된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30일'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다.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과 나라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강하늘이 정열 역을, 정소민이 나라 역을 맡아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달달한 스킨십부터 갈등을 겪는 부부의 모습까지 캐릭터의 다채로운 면모를 표현해 냈다.

지난 3일 개봉한 이 작품은 극장가에서 제법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30일'은 누적 관객 수 89만을 돌파했다. 개봉 주 누적 관객 수는 61만 9,881명이었다. 1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CGV에서는 '화사한 그녀'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0일'의 주축이 되는 인물들은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 영화 속 멋진 주인공들과 결이 매우 다르다. 정열은 놀라울 만큼 찌질하고 때로는 자격지심에 휩싸인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정소민은 똘기를 방출하며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30일'에서 유독 돋보이는 점은 작품이 남녀 주인공에게 집중하는 것을 넘어 시월드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아냈다는 점이다. 정열의 엄마 숙정(김선영)은 여유로운 집안에서 자라온 며느리 나라가 주방 세제를 듬뿍 사용하는 모습까지 못마땅해하며 잔소리를 한다. 상대의 찌질함이나 똘기에 질린 부부, 서로를 이해해지 못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그런가 하면 동반기억상실증은 '30일'의 판타지적 요소다. 동반기억상실증 때문에 주인공들은 상대를 다시 한번 있는 그대로 바라볼 기회를 얻는다. 현실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부부의 동반기억상실증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흥미롭다. 정열과 나라가 10년, 20년 후에도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동반기억상실증은 멀어졌던 이들을 끈끈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다만 '30일'의 다양한 매력에도 이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관계자들을 활짝 웃게 만들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약 160만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확산, 영화 티켓값 인상, OTT의 인기 등으로 얼어붙었던 영화관은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30일'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뒷심이 필요하다.

강하늘은 '30일' 관련 인터뷰를 통해 "손익분기점은 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는 사람은 없어지지 않나"라고 밝힌 바 있다. 작품이 뒷심을 발휘해 그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한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