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이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에게 돌아가자 이란 정부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발끈했다. 이란은 지난해 '여성, 생명, 자유'를 내걸고 불붙었던 '히잡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이란의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인 모하마디는 '옥중 투쟁'을 계속해왔다.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이날 나세르 카나니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노벨위원회가 반복적인 법 위반과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상을 수여했다"며 "이는 편향적이고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노벨위원회의 행동은 일부 유럽 국가 정부의 개입주의적이고 반이란적인 정책과 일치하는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여성 운동가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2003년 시린 에바디 이후 두 번째다. 모하마디는 지난 20여년 간 이란 당국에 13차례나 체포될 정도로 탄압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왔다. 노벨위원회가 그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다.
2019년 반정부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21년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모하마디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옥중에서도 지난해 이란 전역에 번진 '히잡 시위' 싸움을 계속하면서 같은 해 10월 반국가 선동 혐의 등으로 징역 12년형이 추가되고, 154대 채찍질을 받았다.
국제사회는 모하마디의 수상을 환영하면서 이란 정부에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의 여성과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모하마디의 헌신은 전 세계에서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모하마디와 그녀의 동료 운동가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하마디는 반복되는 투옥과 고문을 견뎌왔으며 그 과정에서 결단력은 강해져만 갔다"며 "이번 수상은 비록 그녀가 현재 에빈 감옥에 부당하게 투옥돼 있어도,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다는 증명"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이번 수상은 자유와 건강, 심지어 목숨에 미칠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모든 여성에 대한 찬사"라며 "이란에서 여성 인권운동가에 대한 박해를 포함해 여성의 권리가 억압 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앞서 이란 정부에 "모하마디가 12월에 예정된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