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끝 아닌 새 희망 되길"...3명 살리고 떠난 20대 딸에게 전한 작별 인사

입력
2023.10.06 21:00
28세 이휘영씨 사고로 뇌사
3명에게 간장과 신장 기증

"의미 없는 끝이 아닌 새 희망이 됐으면 해."

3명에게 장기를 나눠주고 세상을 떠난 20대 딸에게 부모는 이같이 작별 인사를 했다.

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 연구원이었던 이휘영(28)씨가 지난달 14일 을지대병원에서 3명에게 간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대학 졸업 후 연구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지난 8월 22일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뇌사상태에 빠졌다.

역사를 전공했던 이씨는 학부 때부터 꾸준히 자원봉사를 해왔다. 대학생 때는 주말마다 종묘에서 문화해설 자원봉사를 하고, 숙명여대 박물관 지킴이 봉사활동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청년봉사단(해피무브)을 통해 해외 봉사도 다녀왔다.

쓰러진 딸을 보며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고민했다. 기증원 측에 따르면 가족들은 '휘영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해보고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휘영이는 삶의 끝에서 허무하게 가는 것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명예롭고 보람된 일을 결정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부모들은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씨의 어머니 김정자씨는 “어른인 내가 봐도 존경할 정도로 열심히 산 너라서, 의미 없는 끝이 아닌 새 희망이 되었으면 해. 사랑해 우리 딸”이라고 했다. 아버지 이재삼씨도 "딸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 비통하고 애가 타지만,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던 너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기도 속에 하늘나라로 가길 희망해"라고 딸에게 인사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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