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0억 원 이상 초고액 조세소송에서 국세청의 승소율이 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세금을 잘못 매겨 뱉어낸 돈이 5,747억 원에 달한 만큼, 조세소송 대응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최근 5년간 국세청의 행정소송 패소 현황 내역’에 따르면, 국세청의 패소율은 소송액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1억 원 미만(5.7%), 1억 원 이상~10억 원 미만(9.5%) 등 소송액이 적은 건에선 패소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으나, 소송액이 커질수록 패소율도 높아졌다.
‘작은 건에서 이기고, 큰 건에서 지는’ 경향은 소송액이 커질수록 두드러져 소송액이 50억 원 넘는 소송에선 패소율이 30%를 넘겼다. 특히 100억 원 이상 초고액 조세소송의 패소율은 지난해 50.0%에 달했다. 초고액 소송의 최근 5년 평균 패소율은 37.1%다.
국세청이 지난 5년간 조세소송에서 진 769건 중에선 법인세 관련 소송이 19.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여세(17.8%), 부가가치세(11.5%), 상속세(11.2%) 순이었다. 특히 김앤장과 화우, 율촌 등 6대 로펌이 대리한 조세 행정소송에서 국세청이 진 비율은 26.7%였다. 같은 기간 전체 조세소송 패소율(11.2%)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문제는 국세청이 소송에서 질 경우, 환급가산금(이자율 1.8%)을 포함한 금액을 돌려줘야 해 국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국세청이 최근 5년간 환급가산금을 포함해 되돌려준 세금은 3조8,395억 원에 달한다. 이 중 2조7,232억 원(70.9%)은 6대 대형 법인이 맡은 소송에서 패소해 환급해줬다.
조세소송 대응을 위한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세청이 소송 대응을 위해 채용하는 변호사의 평균 재직기간은 3.7년으로 짧고, 최근엔 구인난까지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큰 사건엔 주로 외부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74억4,600만 원을 포함해 최근 5년간 325억7,000만 원의 세금이 외부 변호사 선임에 쓰였다.
이에 국세청이 내놓은 대책은 두 가지다. 인력 성과 평가에 패소율 등 소송 결과를 반영하되, 신종 탈세 소송은 예외적으로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 채용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어려운 소송의 경우 국세청 상황을 잘 모르는 외부 변호사에게 소송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 의원은 “소송액이 큰 건에서 패소율이 높은 건 국세청의 소송 대응 전문성이 약하다는 뜻”이라며 “패소율 상벌 같은 미봉책이 아닌 전문성을 높일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