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크라 추가 지원, '하원 대혼란'에 발목 잡히나… 바이든, 의회 우회 가능성 시사

입력
2023.10.05 08:40
바이든 "곧 우크라 지원 중대 연설"

미국 연방의회가 '하원의장 해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혼란에 빠지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승인 절차를 우회하는 방식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 "걱정이 된다"며 "그러나 나는 상·하원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했던 다수의 의원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이 사안에 대한 중대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령 등으로 결정·실행이 가능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임시 예산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액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는 자체 재고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54억 달러 상당 무기를 더 지원할 권한이 있지만, 재고를 충당할 예산이 16억 달러에 불과해 추가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과 함께 하원 기능이 당분간 '마비'됨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의회에 요청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240억 달러(약 32조 원)의 내년도 예산안 반영이 불확실해졌다.

상원은 여당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모두 우크라이나 지원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하원에선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원이 새 의장을 선출하고 재정비를 마친 뒤에도 관련 예산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의 당위성을 거듭 호소하며 의회에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여론도 지지 정당별로 갈리고 있다. 이날 공개된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77%는 추가 지원에 찬성한 반면,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찬성 비율은 50%에 그쳤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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