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명인'들의 손길로 재탄생한 모터사이클은 숱한 위기에도 끝내 부서지지 않은 채 BMW 모터사이클의 본거지 독일 베를린에 닿았다. 그리고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개조 바이크로 우뚝 섰다. BMW의 바이크(오토바이) 브랜드 모토라드가 출범 100주년을 맞아 처음 연 BMW 모토라드 R 18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 챔피언십 월드 파이널에서 우승한 우크라이나의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깨부술 수 없는)' 얘기다.
BMW 모토라드 R 18 모델을 우크라이나 전문가들(BMW 모토라드 딜러사 소속)이 개조한 언브레이커블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슈판다우의 BMW 모토라드 벨트(Welt)에서 열린 이 대회의 초대 우승자가 됐다. 18개 나라 150개 딜러사가 출품한 R 18 커스터마이징 모델 중 미국과 중국, 독일, 스위스, 포르투갈, 그리고 우크라이나까지 총 6개 나라 대표 모델이 베를린에서 열린 결선에 나섰고 이 중 가장 훌륭한 성능과 의미를 지닌 바이크로 인정받은 것이다.
2020년 처음 출시된 R18은 BMW 모토라드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배기량(1,802cc)을 자랑하는 빼어난 성능으로 전 세계 모터사이클 팬들의 큰 관심을 얻었다. 모터사이클은 일반 차량에 비해 튜닝(개조)에 대한 법적 제약이 적어 구매자들은 자신의 취향·개성을 담아 맞춤 제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R18 제품군은 출시 단계부터 휠이나 좌석, 배기음 등을 개조하기 쉽게 설계돼 다양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결선을 위해 모인 6개 나라 참가자 중 가장 우여곡절 많았던 국가는 역시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 딜러사인 AWT 바바리아 소속 디렉터(연출가) 올렉산드르 로만척은 "회사가 있는 하르키우 지역에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졌고 딜러사가 있는 건물도 무너져 더 이상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며 "다른 지역에 있는 아이론 커스텀 모터스와 힘을 모아 언브레이커블을 완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시 상황이라 남성들은 해외로 나가지 못했지만 정부의 특별 승인을 받아 이곳에 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우크라이나 동부 히르키우의 도심은 러시아 국경과 약 40㎞밖에 떨어지지 않아 우크라이나 팀은 미니 버스에 모터사이클을 싣고 약 2,000㎞를 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로만척은 "맞춤형 부품과 독창적 액세서리를 결합해 힘이 넘치는 바이크를 만들었다"며 "실용적인 데다 다이내믹한 성능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특히 이 제품 차체 한가운데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서명이 그려진 동판까지 더해져 심사위원은 물론 참석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독일과 일본, 미국 등에서 모인 심사위원들은 "웅장한 소리와, 휠의 균형, 세부 디자인까지 개성이 넘치고 성능도 뛰어나다"며 우크라이나 팀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2위는 포르투갈, 3위는 스위스가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한 우크라이나 팀은 준비한 국기를 꺼내 들었고 모든 참가자들은 이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로만척 디렉터는 우승을 확정한 뒤 기자에게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이름은 전쟁으로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시민들이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마련한 '포인트 오브 언브레이커블'에서 딴 이름"이라며 "우크라이나엔 깨부술 수 없는 정신력이 있는 만큼 언브레이커블을 경매에 내놓아 수익금 전액을 젤렌스카 재단(젤렌스키 대통령의 아내가 운영)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