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코인) 시세 조종 연루 혐의를 받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7)씨 형제가 구속 상태로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이씨 형제 일당이 스캠코인(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코인)의 가격을 띄웠다가 팔아버리는 수법을 통해 900억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4일 사기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이씨, 이씨의 동생 이희문(35)씨, 직원 김모(34)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작년 9월까지 피카(PICA) 등 코인 세 종목을 상장한 후 유튜브 방송 등을 동원해 허위‧과장 홍보를 했고, 이를 통해 코인 가격을 부양한 후 매도해 총 897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씨 형제는 코인 판매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당시 한화 약 270억 원)을 해외거래소 차명 계정으로 이체시켜, 청담동 소재 고급 부동산 매수에 사용하는 등 자금을 임의로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는 불법 주식거래 혐의로 수감 중에도 코인 발행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하고 동생과 김씨를 통해 위장 경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20년 3월 석방 후에도 다수의 스캠코인을 직접 발행‧유통하고 시세조종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직원 약 20명이 코인 매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개발, 코인 홍보글 게시, 시세조종 등 조직적 형태로 코인을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피카 관련 사기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씨 형제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 지난달 6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 형제가 사실상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송모(23)·성모(44)씨와 공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지난달 13일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가 있다"며 같은달 1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