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가 147엔대로 급락했다. 금융권에선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라고 봤지만 일본 재무성은 “언급을 삼가겠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4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3일 오후 11시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시세가 150.16엔을 찍었다. 엔·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개입이 예상되는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엔·달러 환율은 150엔 돌파 후 갑자기 147.3엔 정도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시 상승해 4일 오전 9시 현재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선 149엔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금융시장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미국 포워드본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랩키는 니혼게이자이에 “달러당 150엔을 돌파한 뒤 갑자기 엔화 강세로 돌아선 것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에 의한 엔화 매수 개입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엔화 약세는 미국 경제가 강하기 때문이므로 시장은 다시 150엔대를 시험할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해도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흐름을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 효과라고 보기엔 (반등의) 강도가 약했다”며 일시적 변동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21일에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상승하자 일본 정부가 이른바 ‘복면 개입’을 단행해 144엔대 중반까지 7엔가량 급락한 적이 있다. 복면 개입이란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외환시장에 매수 또는 매도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환율 움직임은 지난해처럼 강하지는 않았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4일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간다 재무관은 “지금까지의 방침을 적용해 과도한 (외환 시세) 변동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한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엔화 하락세(엔저)는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데 따른 것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가 긍정적이어서 장기간 고금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발표하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면 또다시 달러당 150엔대를 돌파하는 강한 엔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런 흐름은 내년에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 ‘엔저 호황’에 따라 일본의 수출 기업이 높은 이익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 이익을 임금 인상으로 환원하고 경제가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되면 일본은행이 완화 정책의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