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진 4%대 정기예금... 연휴 이후 대출금리 더 오른다

입력
2023.10.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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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예금 100조 곧 만기 도래
은행채 발행·수신 경쟁 계속될 듯

은행권이 연 3%대에서 횡보하던 정기예금 금리를 끌어올리고, 채권 발행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내어 준 고금리 예금 만기가 다가오자 앞다퉈 자금 조달에 나선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4조6,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상환 규모보다 채권을 많이 발행해 이만큼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뜻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채는 5월만 빼고 내내 순상환 기조를 이어왔다. 그러다 8월 3조7,794억 원 순발행으로 돌아섰고 9월엔 순발행 규모가 더 커졌다.

은행의 또 다른 자금조달 수단인 예·적금 상품 금리도 다시 오르는 추세다. 3%대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를 고수하던 주요 시중은행도 속속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를 보면 KB국민은행의 ‘KBStar정기예금(4.50%)’,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4.05%)’,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4.03%)’ 최고금리가 4%를 돌파했다. 하나·NH농협은행 주요 정기예금 최고금리도 3.9~3.95% 수준으로 4%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이런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5%대 이상 고금리로 끌어모았던 예금상품 만기 도래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은행권에서 취급한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과 여타 금융권 수신잔액은 96조2,504억 원. 고객에게 돌려줄 자금을 마련하려면 채권 발행을 멈출 수 없고, 뭉칫돈 이탈을 막기 위한 수신금리 눈치 싸움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점 역시 은행권 자금 조달 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려스러운 건 대출금리다. 주요 은행 주담대 금리는 이미 하단이 4%대, 상단은 7%대까지 올랐는데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 원가(조달금리)가 오르면 가격(대출금리)은 필연적으로 따라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일단 정기예금 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이달 변동형 주담대 금리 지표인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발행량 증가로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 역시 6개월 만에 4.5%대까지 치솟아 이를 지표로 한 혼합형(고정) 주담대 금리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막지 않고 있어 은행채 발행은 계속 증가하고, 예금금리 상승세도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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