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새 10배 폭증... 8개월 만에 10대 마약류 사범 역대 최다

입력
2023.10.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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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사범도 지난해 검거 넘어서
펜타민 유행·SNS 거래 확산 영향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 마약류를 투약한 청소년 사범이 폭증하고 있다. 아직 올해가 다 가지 않았는데 6년 전보다 벌써 10배 가까이 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대면에 기반한 온라인 거래가 확산하면서 마약류를 구입하는 연령대가 낮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4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검거된 10대 마약류 사범은 총 659명에 이른다. 69명이었던 2017년과 비교해 9.6배 급증했다. 지난해(294명)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늘었다. 경찰의 하반기 집중단속이 끝나는 연말이면 10대 사범 규모는 더 늘어날 게 확실하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속칭 '다이어트약'으로 알려진 식욕억제제 펜타민이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마약류를 구매·재판매하는 미성년자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추적이 어렵고 청소년에게 친숙한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마약류 유통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나이에 관계없이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정부의 강력한 근절 의지에도 전체 마약류 사범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까지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2,700명으로, 지난해 전체 검거 인원(1만2,387명)을 이미 넘어섰다. 20대와 30대가 각각 3,731명, 2,351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53.1%)을 차지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범람하는 마약류 실태가 재확인됐다.

60대 이상 마약류 사범 증가도 눈에 띈다. 3,046명이 붙잡혔는데, 지난해(1,829명) 전체와 비교해 60% 넘게 껑충 뛰었다. 경찰이 양귀비·대마 재배에 대한 특별단속도 강화하면서 무허가로 마약류를 기르던 고령층이 대거 적발됐다.

특히 새롭게 마약류를 접하는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우려된다. 8월까지 마약류 사범 초범률은 51%로, 2019년(45.5%)부터 5년째 증가 추세다. 재범 가능성이 큰 마약류 범죄 특성상 단속만으로는 근절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강 의원은 "마약류 사범 연령이 젊어지다 못해 어려지고 있고, 증가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며 "또래 영향을 받아 마약에 빠지는 10, 20대가 많은 만큼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예방대책 및 재활치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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