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9월 29일) 당일 제안한 영수회담을 놓고 여야 신경전이 한창이다. 영수회담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공방이 그치지 않은 해묵은 주제이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야당의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렸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민주당은 추석연휴 내내 영수회담을 촉구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2일 "'정쟁을 멈추고 민생에 집중하라'는 것이 추석 민심"이라며 "정부·여당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고통받는 국민을 구하자는 이 대표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필요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권칠승 수석대변인) "윤 대통령의 불통은 가히 '기네스북' 감"(강선우 대변인) 등 릴레이 논평으로 '추석 밥상 민심'에 영수회담을 담으려 화력을 집중했다.
이 대표의 제안은 이번이 7번째다. 지난해 8월 당대표 취임 직후부터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같은 해 추석 연휴 전후로도 "절차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민생 경제 영수회담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제안 직후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1년이 지나 이 대표는 다시 "대통령님의 전향적 결단을 기대한다"며 영수회담 카드를 꺼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이번 제안을 '꽃놀이패'로 분석한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에 이제 (이 대표가)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생각과 함께 영수회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협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입증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이라고 평가했다.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이 대표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영수회담 제안 당일 "뜬금없는 떼쓰기식 제안"이라고 묵살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회담 제안에는 침묵한 채 영수회담만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집중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여론을 희석시켜 보려는 얄팍한 꼼수이고 민주당식 내로남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아예 대응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이 대표가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영수회담 자체가 '구시대적 산물'이라고 밝히면서 국회 여야 대표 차원에서 공식 회담을 제안할 경우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입지를 다지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