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전략에서 북한을 지속적인 위협으로 지목했다. 2014년 마지막으로 발간했던 보고서를 9년 만에 업데이트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 국방부는 28일(현지시간) 공개한 '2023 WMD 대응 전략'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전력을 우선시해 왔다며 "북한의 역량 개발은 북한이 물리적 충돌의 어느 단계에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국 본토와 역내 동맹 및 파트너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동식 단거리, 중거리와 대륙간 핵 역량을 개발해 배치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진단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작년 핵 무력 사용 정책을 법제화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통해 북한이 "자체 선언한 핵보유국 지위를 재확인하고, 핵 사용 조건을 정립했으며, 비핵화를 거부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화학작용제 수천 톤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와 탄도미사일, 비정규군을 통해 화학무기를 살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앞으로 10년은 미국이 핵과 생화학 무기 세트로 무장한 중국과 러시아 두 국가를 상대하는 가운데 북한, 이란과 극단주의 폭력단체가 지속적인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방부는 '가장 복합적이고 시급한 도전'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핵전력 확대와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2030년까지 핵탄두 최소 1,000개, 2035년까지 1,500개를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이어 중국이 오랫동안 핵무기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을 유지해 왔다면서도, 앞으로 더 크고 우수한 핵전력을 보유하게 되면 어떤 의도를 가질지 의문이 생긴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단기적으로 가장 극심한 위협이라고 평가됐다. 국방부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결속을 와해하고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이웃 국가를 지배하려는 정치·경제·군사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란에 대해서는 현재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 않지만,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물질을 2주 이내에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위협에 맞서 국방부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WMD 공격을 방어하는 역량을 구축하고, 재래식 전력 및 핵무기와 미사일 방어 등을 동원해 WMD 공격을 억제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또 동맹과 협력해 WMD 공격을 공동 방어하고 적에 승리할 역량을 키우며, WMD를 이미 보유한 경쟁국이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세력으로 WMD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