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장 힘든 과거는 잊기를"... 구조견과 첫 추석 맞는 입양 가족

입력
2023.09.29 14:00
[유기동물 가족을 소개합니다] 
<12> 모모·피치 입양자 강영선(44)∙나태정(44)씨 부부

편집자주

매년 10만마리 이상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족을 만나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합니다. 특히 품종이 없거나 나이든 경우, 중대형견은 입양처를 찾기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 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유가소’는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강아지보다 구조된 성견 입양을 적극 권하게 됐어요."
반려견 모모∙피치 입양자 강영선씨


강영선(44)∙나태정(44)씨 부부에게 이번 추석은 특별하다. 경기 고양시 번식장에서 구조된 몰티푸(몰티즈와 푸들의 혼종견) '모모'(4세 추정)∙'피치'(3세 추정)와 처음 맞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강씨 부부는 올해 5월 18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워낙 병수발 기간이 길었고, 또 헛헛한 마음이 커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올해 8월 초 우연히 동물보호단체 YHS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양시 번식장 구조 사연과 구조견들을 보던 중 깜짝 놀랐다. 얼마 전 떠나보낸 반려견과 너무나 닮은 개를 발견해서다.

강씨 부부는 기존에 기르던 반려견과 너무 닮은 개를 외면할 수 없었고, 곧바로 YHS의 입양행사장으로 뛰어갔다. 직접 개를 보지는 못했고 상담을 받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을 들어야 했다. 4세 정도로 추정되는 '베이즐'(모모의 입양 전 이름)은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었다. 강씨는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너무 힘든 날을 보냈기에 또다시 아픈 애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마음을 접고 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베이즐의 소식이 궁금해 SNS를 보던 중 미용(털 깎이)을 한 베이즐의 모습을 보고 입양을 결심했다. 미용을 한 모습이 기존 반려견과 더 닮게 느껴졌고, 개를 데려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기로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강씨 부부는 베이즐에게 모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번식장을 처음 나온 모모에게는 맛있는 사료도, 간식도, 산책도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강씨는 "4년간 번식장에서 힘든 날을 보낸 모모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면서 큰 기쁨을 느꼈다"며 "구조견을 입양하니 더 행복함을 느꼈고 주변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들에게도 구조견, 유기견 입양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모가 집에 온 지 한 달쯤 됐을 때 강씨 부부는 YHS의 SNS에서 모모와 닮은 개 '로즈'(피치의 입양 전 이름)에게 눈길이 갔다. 모모는 워낙 다른 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로즈의 입양을 결정하기는 더 수월했다. 이들은 로즈에게 피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강씨는 "집에 온 첫날부터 둘이 너무 사이 좋게 지낸다"며 "모모가 분리불안 등이 있었는데 피치가 오고 난 뒤 분리불안도 줄고, 사람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반려견에게 '예쁘다,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행복과 위로를 받게 된다"며 "사랑받는 것뿐 아니라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면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씨 부부는 이번 추석 명절 친지 방문 때도 모모, 피치를 데리고 다닐 예정이다. "모모, 피치가 집에 온 뒤로 체중이 많이 늘었어요. 관절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이번 명절에는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대신 심장, 관절 영양제 등을 간식처럼 잘 챙겨주려 합니다."

▶더 많은 구조견 사연 보러 가기: 동물보호단체 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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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nstargram.com/yhs2011_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