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에 사는 최모(50)씨는 2018년 6월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가상자산으로 불법 자금을 세탁한 사건에 당신 계좌가 이용됐으니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지정 계좌로 돈을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4억4,000만 원을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결된 은행 계좌로 보냈지만, 이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확인됐다. 그는 뒤늦게 신고했지만 범죄 계좌에 남은 돈이 없어 회수를 포기했다가, 이달 경찰을 통해 피해금 중 2억3,900만 원을 돌려받게 됐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묶여있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122억 원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절차를 경찰이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7일 "122억 원이 피해자에게 환급되지 못한 채 동결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달부터 환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으로 피해자 503명 중 103명이 피해금 40억 원을 돌려받았다고 한다.
앞서 금융기관들이 보이스피싱 대응책을 강화하자, 은행계좌를 통한 범죄 수익금 이전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자 보이스 피싱 조직들은 가상자산 거래소로 눈을 돌렸고, 피싱 피해금이 거래소를 거쳐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증가했다. 거래소도 자체 약관을 근거로 피싱 피해금 입금 사실을 통지받으면 범죄 수익 계좌들을 동결하고 있지만, 피해자 정보를 은행으로부터 공유받지 못해 피해금 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2017년 이후 거래소 5곳에서 피싱범죄 동결 계정은 339개, 미환급 피해금은 122억 원에 달했다.
경찰은 4개월간 계좌추적 끝에 피해자들을 찾고, 이들에 대한 피해 회복절차를 개시했다. 21일에는 거래소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비대면으로도 피해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금을 돌려주기 위해 관계당국, 거래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