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ㆍ3 사건 당시 불법으로 열린 재판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희생자 20명이 검찰 청구로 열린 직권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권재심은 형사판결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경우 검찰이 피고인을 대신해 청구하는 재심이다.
제주지법 형사4-1부(부장 강건)는 26일 제주 4ㆍ3 일반재판 수형인 희생자 20명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20명은 1947년 3월부터 1949년 사이에 무허가 집회에 참여하거나 무장대에게 식량을 주고 연락을 취하는 등의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은 희생자들이다.
제주 4ㆍ3 사건의 경우 ‘제주 4ㆍ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그간 군법재판 희생자들에 대해서만 직권재심을 청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8월 청구 대상을 일반재판 수형인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이 개정됐다.
검찰은 이날 “제주 4ㆍ3 사건은 한국전쟁 이후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희생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처벌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와 관련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도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종합해 20명 모두 국방경비법 위반죄 등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고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만시지탄이 될지 모르나 이 재심 판결로 잘못을 바로잡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고초 끝에 가족과 단절된 채 억울하게 망인이 된 피고인들의 영혼이 안식하기를 바란다”고 판시했다.
이날 공판에 참석해 발언 기회를 얻은 한 희생자 유족은 “추석 차례 때 ‘무죄 받았다’고 보고를 드리고 싶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환영 메시지를 내고 “군사재판 수형인 직권재심과 달리 일반재판 수형인 유족은 개별적으로 재심 소송을 진행해야 해 명예 회복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오늘의 결과가 있기까지 마음을 모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재판 직권재심 청구 대상은 1,800여 명으로 추정되지만 이미 청구를 마친 126명을 제외하면 아직도 많은 희생자 유족이 명예 회복을 위한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며 “앞으로 제주도는 직권재심 청구를 적극 지원하면서 일반재판 수형인을 추가로 찾아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