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얼굴 모자이크 안 한 유튜버 책임은... 전직 중앙지검장이 답합니다

입력
2023.09.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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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전 검사장 'IT시대 개인정보' 출간
판례 등 실무사례 520건 종합한 '바이블'

"주차 차량을 누가 긁고 도망가 버렸어요."

아파트 입주민이 씩씩거리며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관리 직원은 입주민 기세에 못 이겨 폐쇄회로(CC)TV를 보여줬는데, 이 영상엔 다른 주민들의 얼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도 있다. 한 유튜버가 길거리 촬영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는데, 이 영상엔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대로 담기고 말았다. 두 사건, 개인정보법 위반일까 아니면 이 정도 경미한 사안은 위법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동의가 없었을 때 두 경우 모두 '개인의 영상정보' 유출로 간주되어 '지인이 식별가능한 정도'의 화질이라면 처벌까지 가능하다.

개인정보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정작 개인정보에 관한 명확한 법적 지식은 공유되지 않은 시대. 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개인정보 관련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기 위해 나섰다. 개인정보 범죄 전문가인 이정수(54·사법연수원 26기) 전 검사장(중앙N남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이 22일 개인정보 침해사건 실무사례를 다룬 책 'IT시대 개인정보'를 펴냈다. 이 변호사는 "이미 일상으로 파고든 개인정보 문제에서 실무적 가이드 역할을 하길 바라며 낸 책"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15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기업·기관의 정보관리 책임 강화가 골자다. 과징금 부과 대상 기업이 모든 일반기업으로 확대됐고, 대상 정보도 '주민등록번호'에서 일반 개인정보로 넓어졌다. 그간 정보 유출 사고에서 기업은 수백만 원 수준의 과태료만 물면 됐지만, 앞으로는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 전 검사장은 "기업의 정보관리 책임이 '무진장' 강화된 것"이라며 "피해 고객이 수백만 명이라면, 고객 수에 고객별로 구매한 물건값을 곱한 만큼의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 법이 기업의 운신을 넓혀줄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고객 정보를 비식별화한다면 활용 가능하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전 검사장은 "기업이 정보관리에 투자하는 걸 비용으로만 볼 수 있지만, 가명처리 등 정보의 식별인자를 없애기만 하면 또 다른 수익 창출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 전 검사장은 새 책에 개인정보 침해사건의 형사판례 등 사례 520건도 담았다. 이 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2부장(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 겸직),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정보통신과장 등을 지낸 검찰 내 대표적인 '정보통'이다. 수사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대검 개인정보 공인전문검사 인증(블루벨트)을 받았으며, 같은 해 국제검사협회 '올해의 검사상'도 수상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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