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내놓은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건설사들이 집 짓기 좋은 환경’을 전방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공과 민간사업을 아울러 공사비 증액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늘려 건설 업계의 자금난을 해소하면 실제 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최종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리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날 “미분양 감소 추세 등을 살펴보면 주택 사업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정부가 수요를 진작시킬 대책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공급 쪽에서 절차나 자금이나 분쟁으로 묶인 부분이 있다면 풀어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공주택의 경우 지구계획과 주택사업계획을 동시에 승인해 사업 기간을 4개월 이상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고, 사업비 500억 원 이상 지방공사 공공주택사업은 타당성 검토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허가 물량이 목표만큼 늘어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건설사들이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는 정책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한 가운데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정부가 공사비 증액 기준을 마련한다지만 이를 적용하는 것은 개별 사업 주체의 몫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건설사들의 조달 금리를 낮추거나 정비사업의 공사비를 증액하기는 힘들다”면서 “당장 6월부터 이어진 인허가 급감 추세를 단기간에 반전시키고 올해 인허가 기준 47만 호를 공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내다봤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인허가된 물량은 21만3,000호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허가 물량도 중요하지만 착공 물량이 늘어야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을 미루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착공 물량은 11만3,892호로 전년(26만1,193호)의 43% 수준에 그친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책은 가뭄에 단비이긴 하지만 민간이 인허가 물량을 100% 착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대책은 정부가 수요자들에게 ‘공급은 충분하다’는 신호를 주려는 의도이지만, 체감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 팀장은 “당장 효과를 내 수요자들의 심리를 다독일 수 있는 부분은 11월로 앞당겨진 신규 공공택지 발표와 3기 신도시 물량 확충 정도”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을 만나보면 현재 상황을 버텨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면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더라도) 서둘러 신규 사업에 착수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