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5000원, 돈가스 1만 원... 치솟은 휴게소 물가에 귀성객 '울상'

입력
2023.09.28 14:00
떡꼬치 18%·핫도그 17% 가격 뛰어
당국 가격 인하 대책도 실효성 낮아

조카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를 종종 찾는 직장인 정예지(32)씨는 요즘 휴게소 음식 가격표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떡꼬치 하나에 4,000원, 최근 인기가 높은 탕후루는 6,000원이나 했다. 정씨는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게 주지만 조카를 위해 매번 속는 셈 치고 산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물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명절만 되면 유독 높은 물가에 깜짝 놀라는 곳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다. 지난해 가격을 내리겠다는 국토교통부의 방침에도 휴게소 음식값은 되레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조짐이라 귀성·귀경길에 나서는 시민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 같다.

28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최근 5년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 상승 현황 자료’를 보면, 휴게소 매출 상위 10개 상품의 평균 판매가는 지난달 기준 6,304원으로 2021년 같은 달 대비 11.2%(634원)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9.3%)보다 높은 수치다.

가격이 가장 많이 뛴 음식은 떡꼬치로 2021년 8월 3,550원에서 올해 4,208원으로 18.5%(658원) 인상됐다. 핫도그와 돈가스도 각각 16.8%(3,804원→4,443원), 14.9%(8,984원→1만319원) 가격이 올랐다. 서민음식의 대표주자 라면 역시 9.9% 상승해 판매가가 5,000원에 육박했다.

휴식을 위한 비싼 음식이 시민들에게 달가울 리 없다. 얼마 전 강원도의 한 휴게소를 찾은 정호원(26)씨는 "컵떡볶이 1인분이 4,000원이나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추석 귀성길에 경북의 한 휴게소를 들른 박동주(27)씨도 "휴게소 음식이 비싸다는 말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구매를 포기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휴게소 물가를 낮추자는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9월 국토부는 휴게소 서비스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음식값 인하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저울질했다. 그러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주체인 한국도로공사와 제대로 의견 조율이 안 돼 검토 선에 머물렀다.

올해도 논의가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로공사는 6월 외식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휴게소 입점 업체들을 상대로 식재료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7월 기준 207개 휴게소 중 154곳이 공동구매 참여의사를 밝혔으나 일부 계약이 유찰돼 104개소가 참여하는 데 그쳤다. 다수 휴게소 식품업체들은 낮은 수익성 등 공동구매의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식재료, 인건비 등의 물가상승 요인이 반영되다 보니 음식값이 올랐다"며 "2,000~3,000원 수준의 실속 간식 상품을 출시하는 등 가격안정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운 기자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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