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가까이 파업을 해 왔던 미국 할리우드 작가 노동조합이 주요 제작사들과 잠정 합의를 맺었다. 그러나 영화·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파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미국 LA타임스는 할리우드 작가들의 현장 복귀 시점을 점친 기사에서 “대본 제작 과정에는 배우들도 필요한데, 배우 노조가 아직 파업을 벌이고 있어 제작이 즉시 재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미 많은 TV시리즈가 취소되고 영화 촬영도 내년으로 미뤄져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할리우드 작가 약 1만1,500명을 회원으로 둔 미국작가조합(WGA)은 올해 5월 2일 “제작사 수익을 공개하고 조회수 등에 비례해 보수를 지급하라”며 처우 개선 및 인공지능(AI) 시대의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배우 약 16만 명이 소속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도 지난 7월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두 노조의 연대에 따라 할리우드 파업 후폭풍도 확산됐다.
작가들의 파업은 24일 일단락됐다. WGA가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대형 제작사들은 물론,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들이 가입된 영화·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연맹(AMPTP)과 잠정 합의를 맺은 것이다. 파업 146일 만이었다.
양측의 구체적 합의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합의안에 인기 프로그램 작가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TV쇼 제작 현장에 작가가 상주하며 대사를 다시 작업할 수 있게 하는 등 제작 참여를 보장하고, 생성형 AI 활용에 따른 지적재산권 보호 방안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GA 협상위원회는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작가들의 이익과 보호 조치를 포함한 이례적인 합의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합의는 잠정적인 것으로, 며칠 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서 과반이 동의해야 합의가 확정되고, 작가들도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방송은 “작가들의 협상 타결은 배우들에게도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배우들도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기본급 및 작품이 소비될 때마다 지급되는 인세 격인 ‘재상영 분배금’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WGA는 잠정 합의 타결 소식 발표와 함께 피켓 시위를 중단하면서도 아직 시위 중인 배우들과 계속 연대할 것을 회원들에게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