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 미래교육연구원(이하 전미원)이 추진 중인 '2024 초등 사회과 교과서 제작'사업이 사업 발주부터 입찰까지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5일 탈락업체인 한림인쇄협동조합 장인혜 대표가 감사원과 대통령실에 제기한 청원 등에 따르면 전미원이 지역 내 대다수 인쇄 업체가 충족할 수 없는 입찰 조건을 제시해 참여를 원천 봉쇄했다는 주장이다. 또 유찰을 막기 위해 요건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일부 업체들이 들러리 서 듯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미원이 해당 사업 공고를 낸 것은 지난 6월 29일. 이날 공고를 통해 7월 14일부터 20일까지 입찰에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최종 입찰 참여 업체는 5곳에 불과했다. 행정기관의 통상적인 인쇄물 발주 사업에 20여개가 넘는 지역 인쇄 업체들이 참여해 각축전을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지역 인쇄업계 관계자들은 제안요청서를 검토해 본 후 '가망이 없다'며 일찌감치 입찰을 포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미리 정보를 얻지 않은 이상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입찰 요건 탓"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미원은 입찰 시 입쇄 업체가 20여일 남짓한 기간 내 '50쪽 분량의 자체 디자인이 반영된 시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 "방문 제출만 가능하다"고도 못박았고, 이외에도 하도급 금지, 오프셋 인쇄 등 일반적 인쇄업체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각종 규제까지 포함시켰다. 인쇄업계 관계자들은 "50여쪽에 달하는 사전 샘플을 제작해 제출하라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지만, 20여일 남짓한 기간 내 이를 방문 접수로만 받겠다고 공고했다"며 "결국 기존 작업 중이던 인쇄물을 포기하고 해당 사업에 전념해야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5개의 업체만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이마저도 석연찮다. 입찰에 탈락한 한 업체는 "입찰에 참여한 5개 업체 중 최소 2곳은 들러리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A사의 경우 지난 2021년 설립돼 의료와 패션업을 주력하는 하는 업체로 전단지나 스티커, 명함 등을 제작할 때 쓰이는 경인쇄기만을 갖고 있어 컬러 인쇄물 제작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B사 역시 인쇄업체가 아닌 전자칠판 납품 및 컨설팅 업체다. 유찰을 막기 위해 들러리 업체들을 참여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장 대표는 "인쇄소가 아닌 디자인 전문 업체가 인쇄 관련 입찰을 통과한 것도 석연찮은 대목인데, 전미원은 교과서 제작이 불가능하단 민원이 제기되고 나서야 뒤늦게 장비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받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30여년이 넘는 인쇄업을 했지만 이처럼 터무니없는 계약은 처음"이라며 "입찰 과정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지난 21일 "도교육청 산하 미래교육연구원이 초등 사회과 교과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업체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절차상, 계약상 전혀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