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영주권 취득 전 단계 체류 자격인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발급 규모를 17.5배 늘린다. 이 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정주하면서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비자다. 또 상급 비자로 전환하는 대상자의 추천권을 기업체에도 줘, 현장의 안정적인 일손 조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25일 숙련기능인력 혁신적 확대 방안(K-포인트 E74)을 발표했다. 방안의 뼈대는 국내 장기체류가 가능한 E-7-4 비자 연간 쿼터를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대폭 늘리는 것이다. 또 대상자를 선정할 세부 평가 기준도 담았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단순히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과 한국 정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전환 평가 기준에는 △4년 이상 국내 체류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능력 △연봉 2,600만 원 이상 등 요건이 포함된다. 또 1년 이상 근무 중인 기업체로부터 추천을 받아야만 신청 자격이 생긴다. 그간 E-7-4 비자 전환 추천권은 법무부 등 중앙부처에만 있었다. 한 장관은 "관 주도가 아닌 산업현장의 수요를 적극 반영한, 예측 가능한 점수 제도를 만들려고 했다"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추천권을 가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근속 기간을 늘려 안정적인 고용이 가능하고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도 회사를 자주 옮겨다니거나 비자 신청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휘둘릴 일이 없게 된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단순노무(E-9) 비자로 입국한다. 최대 체류기간은 9년 8개월로 제한되며, 가족 동반도 불가능하다. 그 사이 E-7-4 비자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본국으로 돌아가든지, 불법체류를 택해야만 했다. 한 장관은 "E-7-4는 매년 쿼터가 2,000명에 불과해 (전환을)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번에 쿼터가 대폭 늘어나는 E-7-4 비자부터는, 동반 가족 초청과 국내 정착이 가능하다. 취득 뒤 5년 이상 체류·소득 등 요건을 갖추면, 거주자격(F-2)이나 영주권(F-5)까지도 단계적으로 딸 수 있다. 사실상 영구체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는 약 1만 명 정도가 이 비자로 국내 체류 중인데, 앞으로는 총 체류 인원의 3.5배에 해당하는 인원이 1년 만에 늘어나게 된다.
한 장관은 외국인 정책의 최우선 가치를 '국익'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거주와 영주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까지도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라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계단식 승급에 대한 목표를 주어, 대한민국과 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 통합에 힘쓸 동기를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취지에서 불법체류, 조세 체납 등 전력이 있는 외국인은 신청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비자 전환 대상에 대한 상세 기준 확인 및 신청은 이날부터 하이코리아 홈페이지(www.hikorea.go.kr)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