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부터 수억㎞ 거리에 있는 소행성 ‘베누(Bennu)’의 토양 샘플을 채취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의 캡슐이 지구로 돌아왔다. 이 샘플은 지구의 기원과 초기 형성 과정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누는 탄소가 풍부한 소행성이라는 점에서, 지구 생명체 출현의 비밀이 어느 정도 풀릴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사는 오시리스-렉스가 베누의 흙, 자갈 등 샘플을 담아 지구로 보낸 캡슐이 이날 미국 유타주(州) 사막에 있는 국방부 시험·훈련장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캡슐에 담긴 토양 샘플은 약 250g 정도로 추정된다.
베누는 폭 500m 길이의 소행성으로, 태양계 형성 초기인 45억 년 전과 거의 동일한 화학·광물학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초기 지구의 형성·발전 과정을 파악하는 데 유의미한 단서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또 생명체 탄생에 필수적인 유기 분자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오시리스-렉스가 토양 샘플을 채취할 당시 베누와 지구의 거리는 약 3억2,100만㎞였다.
실제 2020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토양엔 두 가지 유기 분자가 포함돼 있었다. 이는 초기 지구에 충돌한 천체가 생명의 원재료인 유기 분자를 이 땅에 뿌렸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해 줬다. 일본은 2010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미량의 토양 샘플을 소행성에서 가져온 적이 있다. 오시리스-렉스의 샘플은 일본에 이어 인류가 지구로 들여온 세 번째 소행성 토양이다.
나사는 우선 샘플 캡슐을 텍사스주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JSC)로 옮긴 뒤, 여기서 꺼낸 샘플을 다시 전 세계 기관 60곳으로 보내 본격 분석에 착수할 예정이다. 캐나다와 일본 등도 참여하며,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샘플 캡슐을 지구에 떨군 오시리스-렉스 탐사선 본체는 다른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를 탐사하기 위해 또다시 항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나사는 2016년 9월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 우주선은 약 2년간의 항해 끝에 2018년 12월 소행성 베누에 도착했다. 이후 베누 궤도를 돌다가 2020년 10월 로봇 팔로 지표면 토양을 채취한 뒤, 2021년 5월 약 19억㎞의 항해 끝에 지구 궤도로 돌아왔다. 오시리스-렉스가 지구로 발사한 캡슐이 유타 사막에 도착했을 당시엔 방열판 온도가 섭씨 2,800도에 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