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상생금융' 행보에 은행권뿐만 아니라 카드사와 보험사까지 동참하면서 1조 원 넘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팔 비틀기' 결과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금융사 18곳이 총 1조1,479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해 시행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상생금융은 금융권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계층을 위한 혜택을 내놓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로,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이 원장은 3월부터 '상생금융 행보'에 적극 나섰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이 원장 현장 방문에 맞춰 대규모 금융 지원 보따리를 풀었고, 6월부터는 카드사와 보험사 등 2금융권 현장을 찾았다. 그 결과 은행 9곳에서 총 9,524억 원 규모, 여전사와 보험사 9곳에서 1,995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조성했다. 혜택 대상이 되는 소비자 수는 174만 명에 달한다.
상생금융은 주로 취약계층 대출 지원이나 저소득층 전용 상품 개발 등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은행업권에서는 저금리 대환대출, 청년 창업자 금리 인하 등으로, 여전업권에서는 저소득층 채무 감면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은 상생금융 실적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는 금융사가 늘고 있고, 결국 금융소비자와 저소득층을 위하는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측은 “향후 상생금융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 원장이 직접 나선 '팔 비틀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접 방문한 금융사만 10곳이 넘는 만큼 이 원장이 상생금융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후문인데, 일각에서는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자발적 참여'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라며 "최근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있는데, 당국에서는 고금리 예금 유치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상생금융까지 하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이 거둔 이자 수익만 20조 원이 넘은 만큼 금융권을 향한 '고통 분담' 요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원장의 상생금융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고,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이탈리아가 은행에 부과한 '횡재세'를 언급하는 등 총선이 다가오면서 금융권을 향한 압박 수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