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최상위 계획인데… 4대강 감사 두 달 만에 급변경

입력
2023.09.21 18:00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확정
보 존치 반영, '자연성 회복' 원칙 삭제

정부가 4대강 보를 존치하는 방향으로 국가물관리계획을 변경했다. 수정된 계획에는 ‘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하천관리 방향도 삭제됐다. 지난 7월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와 이에 따른 환경부 정책 변경을 반영한 결과이지만, 국가 물관리 정책의 근간이 되는 계획을 면밀한 검토나 의견수렴 없이 서둘러 수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 변경안이 확정돼 25일에 공고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지난 18~20일 서면 심의를 마무리한 데 따른 것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수립하는 물관리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계획 변경은 환경부의 4대강 보 존치 결정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지난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개방 정책 관련 문구가 모두 삭제됐다. △한강·낙동강 11개 보 처리방안 마련 △금강·영산강 5개 보 자연성 회복 추진△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결정 내용(참고)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부록) 등이다. ‘자연성 회복’ 등 용어 일부는 ‘적정성 및 지속가능성 제고’로 바뀌었다.

보 처리방안 취소에 따라 물관리위가 제안한 과제는 추가로 반영됐다. △댐·보·하굿둑의 과학적 연계 운영 △4대강 유역 전반에 대한 수량·수질·수생태 등 충분한 객관적 데이터 축적 △다각적 녹조 저감대책 마련·추진 등이다.

이번 계획 변경으로 4대강 보 존치를 위한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7월 20일 감사원이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이 과학적·객관적이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놓은 지 약 두 달 만이다.

환경단체 등은 국가 법정계획 수정에 필요한 추가 연구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지난 5일 물관리위가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4대강 보 존치 결정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공청회 중단을 요청하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환경부는 이번 계획 변경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법적 절자를 충실히 이행하여 일반 국민과 관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지만 어떤 의견을 반영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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