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협상 성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대(對)이란 제재를 적극 집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이란의 원유 수출이 급증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일간 원유 수출량은 200만 배럴에 육박한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이래 최대 수준이다. 2020년에는 이란의 하루 원유 판매량이 40만 배럴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3년 새 수출량이 5배로 늘어난 것이다.
최대 고객인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산 원유 규모도 최근 1년 만에 5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40만~160만 배럴이나 된다. 통상 중국 관리들은 미국의 일방 제재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일축해 왔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라는 게 WSJ의 진단이다.
이런 증가세는 미국의 정책 결정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일단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에 성사된 수감자 맞교환 협상 과정에서 대이란 제재 완화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조치가 ‘긴장 수위 조절’을 명분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란군이 걸프 해역에서 외국 유조선을 위협하거나 사로잡지 않고, 이에 호응해 미국도 이란 유조선 나포를 자제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수개월간 이란 원유 수출량이 증가한 뒤 비로소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시적 성과는 최근 현상이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느슨하게 집행하기 시작한 건 이번 협상보다 훨씬 더 이른 시점이었다고 전직 미 관리는 말했다. 목적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유인하는 것이었다. 2021년 1월 취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체결됐다가 3년 만에 무효화한 JCPOA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제재 집행을 강화하라고 요구한다. 대이란 제재 집행 담당 부서인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IS)이 최근 1년 넘도록 이란 원유 수송선을 압류한 적이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WSJ에 “미국은 모든 이란 관련 제재를 엄격하게 준수해 왔고 어떤 제재도 해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