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때려. 애 잡겠다"… 생후 57일 아들 학대치사 아버지, 영장 재신청 끝에 구속

입력
2023.09.20 16:00
국과수 "피해 아동 사인은 두부 손상"

생후 57일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아버지가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친부 A(28)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생후 57일 된 아들 B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B군은 7월 24일 “아이가 구토 증세를 보인다”는 A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왼쪽 허벅지 골절 진단을 받은 B군은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하루 만인 다음날 낮 12시 48분쯤 사망했다.

경찰은 B군이 병원에 온 당일인 24일 오전 10시 40분쯤 병원 측으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아이가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같은 날 낮 12시쯤 A씨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후 B군이 사망함에 따라 죄명을 아동학대에서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전문가 의견도 나오지 않았다”며 “구속의 필요성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의료 감정 등 보완수사를 거쳐 지난 14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고 닷새 뒤인 19일 영장이 발부됐다. 앞서 국과수는 B군의 사인이 ‘머리 손상과 화농성 뇌수막염’이라는 부검 결과를 경찰에 전달했다.

구속된 A씨와 그의 아내이자 숨진 B군의 친모 C(30)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안고 흔들어 준 것 밖에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C씨도 “(아이가 왜 숨졌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 휴대폰에서 과거 그가 아들을 수 차례 때린 것으로 의심되는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C씨가 나눈 대화에는 C씨가 “애를 자꾸 때리지 말라”며 “그러다가 애 잡겠다”고 A씨를 말리는 듯 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C씨는 A씨에게 “작년에도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지 않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C씨 사이에는 아들이 1명 더 있었으나 지난해 7월 생후 한달 쯤 급성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은 시신 부검 등을 했으나 학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피의자와 (숨진 B군의) 친모를 상대로 추가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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