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굴삭기 모는 건설기계 노동자들 "체불액 66억 원, 정부가 나서라"

입력
2023.09.20 12:00

전국 건설현장 110여 곳에서 발생한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액의 규모가 66억 원에 달한다는 건설노조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조는 건설경기 침체와 잇따른 건설사 폐업이 건설기계 노동자의 보수 체불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건설기계 노동자 체불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 연휴를 앞두고 건설기계 체불 실태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한 결과, 전국 112개 현장에서 66억4,177만 원의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체불이 발생한 공사 현장 중에는 국토관리청, 국방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발주처인 경우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조합원을 상대로 한 것이라 비노조원 피해까지 합치면 체불액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덤프트럭·불도저·굴삭기·크레인 등 건설기계를 모는 노동자들은 본인 소유 장비를 이용해 노동을 제공하기에 개인사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된다. 따라서 일반 근로자처럼 임금이 아닌 건설기계 대여대금(임대료) 형태로 보수를 받는데, 문제는 공사 대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임금은 최우선 변제 대상이지만 기계대여대금은 후순위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건설노조는 "건설경기 침체와 건설회사 폐업, 원하도급 간 대금 지급 갈등 등이 각종 체불 원인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체불이 발생한 현장 대부분은 임대료 보호를 위한 건설기계 대여대금 지급보증에 가입하지 않았고, 임대차 계약서를 안 쓴 현장도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규정하고, 건설현장을 정상화시킨다는 명분으로 건설노조를 때려잡았다"며 "(하지만) 수십억 원 임대료 체불로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걱정과 한숨이 말이 아니다. 건설현장 정상화는 '돈 떼일 걱정 없이 일하는 현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지난달 31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건설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체불 예방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건설기계 체불은 정부 대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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