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KBS 공채 28기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김나희는 '개그콘서트'에서 김지민과 함께 '미녀 개그우먼'으로 불렸다. 인기 코너 '후궁뎐'에서 오나미의 시중을 드는 하녀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 즐거움을 선사했고, 서태훈과 호흡을 맞춘 'Her(헐)'에서는 만인의 이상형 나타샤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6년 뒤인 2019년, 김나희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숨겨둔 끼와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최종 TOP5에 올랐고 개그와 예능, 연기, OST 가창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평균 수입이 약 20배 오를 정도의 뜨거운 인기를 누리던 그에게 그야말로 '꽃길'이 펼쳐졌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무대에 오를 일이 거의 없어졌고, 새로운 도전도 아쉽게 멈춰야 했다. 김나희는 올해 전 소속사인 초록뱀 이앤앰과 전속계약 만료 후 독자적 행보에 나섰고 최근 1인 기획사 꽃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정통 트롯곡 '나이테 사랑'을 발매하고 다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나희를 본지가 단독으로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5살 때부터 연예인이 하고 싶었어요. 당시에 '꼬마 요리사' 노희지가 인기를 끌던 때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귀엽다'고 좋아하길래 질투가 나더라고요. 하하. '나도 잘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죠. 초등학교 때는 SM 오디션도 보러 갔었어요. 토요일 3시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혼자 갔던 기억이 나요. 최종 합격은 못 했는데, 엄마는 '좋은 경험했으니 됐어. 대학 가고 나서 해라' 하시더라고요. 사실 예고를 가고 싶었는데 알아보니 학비도 많이 들고 부모님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자기관리의 시작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연예인을 꿈꿨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도 말 한마디를 신경 써서 했던 거 같아요. 연예인 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건 아예 안 했죠. 학교 폭력이나 비행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어요. 누구를 괴롭힌 적도, 괴롭힘을 당한 적도 없고요.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선생님들한테도 칭찬받는 학생이었어요. 꿈이 있으니까 그때부터 노력을 한 건데 사생활에도 신경을 썼던 거 같아요."
"저는 고3 때 연기 학원을 다녔고 대학도 연기과로 진학을 했어요. 어느 날 학교 선배가 '개그우먼 해보지 않을래?' 묻더라고요. 제가 예전부터 선생님이나 드라마 주인공을 흉내내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지원했는데 한번에 합격을 했어요. 사실 그 전에 아이돌 연습생을 한 적도 있는데 데뷔가 무산이 됐고 연기자 회사에도 들어갔었지만 잘 안 됐어요. 26살에 개그우먼이 된 거죠. 어디든 나를 받아주는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미녀 개그우먼' 타이틀
"처음엔 '미녀 개그우먼' 타이틀이 너무 싫었어요. 제게 독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예쁜 역할이나 지나가는 역 이런 거만 시키고, '예쁘지도 않은데 예쁜 척 한다' 같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으니까요. 개그가 아니라 외모로 평가되는 자체가 싫었어요. 그래서 동물 분장도 하고 더 열심히 망가지고 웃기려고 노력했죠. '헐'이라는 코너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줬어요.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뿌듯하기도 했고요. 서른 살이 됐을 때쯤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녀 개그우먼' 타이틀 때문에 이 정도 인지도가 생긴 건데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더 활용하지 못한 게 아쉽게 느껴졌어요."
"개그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는 없었어요. 조금 쉬어볼까 하던 차에 슬럼프도 와서 몇 년이고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선배들이 대학로 공연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무대에 오르니 '역시 나는 광대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관객 리액션과 스포트라이트가 좋았어요. 양세찬씨 추천으로 '복면가왕'에 나가게 됐는데 회사에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권유하더라고요. 주변에선 다 말렸어요. 악의적인 편집에 당할 거라고 걱정했죠. 하지만 전 그때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춤과 노래를 원래 좋아하기도 했고 간절함 하나로 못할 게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내일은 미스트롯' 무대에 서다
"그렇게 '미스트롯'에 출연했는데, 운이 좋게 본선에 올랐어요. 처음엔 자신 있었지만 예선전을 보는데 다들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죠. 인생을 걸고 나온 사람들이구나 싶더라고요. 꿈을 향한 열정을 보니 더 자극을 받았고 저 역시 무대에서 살아있음을 느꼈어요. 저는 꿈을 꾸면서 사는 사람이란 걸 자각했고 그게 더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죠. 개그와 노래 중 뭐가 좋냐는 질문은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와 비슷해요. 둘 다 너무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많은 곳에 달려갈 뿐인데 '미스트롯' 이후로는 노래 쪽이 많았던 거 같아요."
"2019년은 진짜 바쁘게 보냈는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어요. 앞날을 향해 걸어만 가면 될 줄 알았는데 그때 다시 주춤하게 됐어요. 방송은 가수보다 개그우먼으로 불러주는 곳이 많다 보니 사람들 인식 속에 다시 개그우먼 김나희만 남은 거 같더라고요. '요즘 나희씨 왜 노래 안 해?'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저는 노래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거죠. 노래를 할 때 관객과 소통을 하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개그를 할 때 선배들을 통해서 어떻게 관객이나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는지를 배웠기에 제겐 다 값진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홀로서기를 결심한 이유
"두렵고 무모해 보이지만 홀로서기를 한 이유가 있어요. 아무래도 회사에 속해 있다 보면 회사에 도움이 되어 드려야 하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걸 다 하고 욕심을 내기엔 어려움이 있거든요. 이젠 차근차근 한걸음 한걸음 그간 꿈꿔온 것들을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음원과 방송활동, 행사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틱톡, SNS 소통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여러분께 저를 알릴 수 있는 모든 창구를 열어놓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예정입니다.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늦은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많은 애정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