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7인의 탈출'이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순옥적 허용'이라는 말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21년 방영된 김순옥 작가의 전작 '펜트하우스'는 방송 2회 만에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불거질 만큼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7인의 탈출' 역시 고스란히 그 길을 걷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SBS '7인의 탈출'이 첫 방송됐다. 작품은 거짓말과 욕망이 뒤엉켜 사라진 한 소녀의 실종에 연루된 7명의 악인들의 생존 투쟁과 그들을 향한 피의 응징을 그린 피카레스크(악인들이 주인공인 작품) 복수극이다.
1회에서 다소 파격적이라고 느꼈던 지점은 2회에서 더욱 과해졌다. 끝내 '7인의 탈출'은 방송 첫 주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항의성 민원 접수로 오명예를 안게 됐다. 방심위는 민원 내용을 밝히진 않았으나 민원을 검토한 후 심의 안건 상정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문제시된 장면은 방다미(정라엘)가 친모인 금라희(황정음)에게 폭행을 당한 장면과 고교생인 한모네(이유비)가 원조교제 및 교실에서 출산을 하는 부분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2회에서는 급기야 방다미의 양부와 방다미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가짜뉴스를 확산했고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의사와 학생을 지켜야 하는 교사까지 타락한 인물로 묘사했다. 그야말로 학대를 거듭한 이 장면들은 버젓이 전파를 탔다. 작가와 감독은 악인의 추악함을 강조하기 위해 선량한 인물 방다미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겠지만 지상파에서 볼 법한 장면은 분명히 아니다.
부적절한 심의 뿐만 아니라 개연성도 문제다. 한모네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다가 돌연 출산을 한다. 양진모(윤종훈)와의 대화를 통해 출산 예정일보다 더 빨리 아이가 나와버린 상황임을 암시하지만 느닷없이 교실에서 출산을 하는 모습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전적으로 배우들에게 연기로 개연성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출산 후 복귀한 황정음의 과잉 연기는 '미스 캐스팅'이라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상대적으로 이유비의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지나치게 격양돼 폭력을 휘두르기 바쁜 황정음을 보고 있노라면 그에게 빌런 캐릭터 소화는 아직 먼 이야기처럼 보인다.
'7인의 탈출'의 상황은 '펜트하우스'의 전적을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방송된 '펜트하우스'는 방심위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당시 중학생들이 신분을 속인 민설아(조수민)를 폭행하고 폐차에 가뒀다가 화재를 낸 장면이 큰 지탄을 받았다. 또 성인 남성이 문설아를 구붓발로 짓밟은 모습이 함께 심의의 대상이 됐다. 방심위는 청소년들의 집단 내 괴롭힘을 자극적, 폭력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해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버렸다면서 강도 높은 지적을 했다.
'순옥적 허용'이라는 말이 처음 세간에 등장했을 때 결코 칭찬의 어휘는 아니었다. 개연성을 잃고 자극과 선정만 쫓는 김순옥 작가 스토리라인을 정확하게 지적한 단어다. 김순옥 작가는 '펜트하우스' 종영 당시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부족한 드라마를 감싸주기 위해 시청자들이 만들어준 신조어라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TV라이브와 함께 진행되는 실시간 대화방에서 한 네티즌은 "이런 방송을 여과 없이 내보내냐. 자극적인 이야기라도 미성년자를 주제로 한 것은 너무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보고 나면 무언가를 느낄 수 있고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머리가 아파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SBS 시청자 게시판에서 한 시청자는 드라마 방영 중지를 요청하면서 "주말에 자녀들도 볼 수 있다. 이런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건 SBS의 폭력"이라고 강도 높은 지적에 나섰다. '7인의 탈출'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많은 게시물들이 작품의 지나친 폭력 묘사와 소재에 대한 비판이다. 결국 '7인의 탈출'은 '펜트하우스'의 노선을 밟게 됐다. 끝내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이 돌아선 민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