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을 엄격하게 고수해 왔던 미국 상원의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가 완화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과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들이 상원 회의장에서 어떤 복장을 입든 상관없다는 새 지침을 최근 발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자신의 복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며 “나는 정장차림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의 상원과 하원 모두 공식적인 복장 규정은 없다. 다만 남성은 넥타이와 정장 차림, 여성은 드레스나 스커트 정장 차림을 입는 엄격한 관행이 있었다. 게다가 여성은 소매가 없는 의상과 오픈토(발가락이 드러나는) 구두를 착용할 수 없었다. 2017년 CBS 소속 한 여성 기자가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의사당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고, 양당 여성 의원들이 ‘민소매 입는 금요일’ 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한 끝에 시정됐다.
이번 규정 완화의 계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힐은 “올해 초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상원에 돌아온 민주당 소속 존 페터먼 의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 부지사 출신인 페터먼 의원은 복귀 후 우울증 치료를 받는 동안 반바지와 후드티의 편한 복장으로 상원 활동을 해 왔고, 현재도 그 차림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고속도로가 무너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후드티 차림으로 언론 브리핑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복장 규제 탓에 본회의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고 회의장 구석에서 별도로 투표하는 굴욕을 당했다.
다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번 규정 완화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의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복장 규정은 우리 사회의 기준이자 기관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일종의 예의범절이다. 완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빌 해거티 상원의원도 “민주당이 미국을 변형시키려는 또 다른 조치에 불과하다”며 “그간 쌓아 온 역사보다 훨씬 덜 존중받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듯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는 여전히 복장 규정이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