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이 이뤄진 21일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이 패닉에 빠졌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표결 결과에 대한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날 밤 의원총회에서도 날 선 말들로 찬성표를 던진 동료 의원들을 성토했다.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당대표의 자리를 찬탈하고자 검찰과 야합해 검찰 독재에 면죄부를 준 민주당 의원님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을 겨냥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하는 이유를 현란한 요설로 설파하더니 뜻대로 됐다. 29명이 138명을 이겨먹으니 부결한 의원들이 더 우스워 보이죠”라며 “’민주당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강변은 하지 마시길, 이완용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날 선 말들을 쏟아냈다. 이 대표를 향해서도 “이제 그만 이들에 대한 희망과 미련을 버리고 현실 정치인이 되기를 고언 드린다”며 “이제 칼을 뽑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한준호 의원은 “참담하고 피눈물이 난다”라고 밝혔고, 전용기 의원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 생각보다 더 큰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적었다. 이수진(비례) 의원은 “온몸이 찢기고 갈리는 마음”이라며 “기어이 윤석열 정권이 쳐 놓은 덫에 이 대표를 내던져야 했느냐”고 찬성 의원들을 성토했다.
일부 의원들은 격앙된 강성 지지층을 향해 '탈당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지자들을 향해 “미안하다. 죄송하다. 그럼에도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 탈당하지 말고 이 대표 곁을 지켜달라”며 흔들리는 당원들을 다독였다. 가상자산 거래 의혹이 불거지며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켜내야 한다”며 “구태 정치와 모사꾼들은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없는 것이 더 나은 사람들은 이번에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표결 직후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의원총회, 최고위를 다시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의총에서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날을 세우면서,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은 원내지도부 책임론과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출신 한 의원은 “살벌하다. 누구 하나 죽일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원외 인사들도 격앙된 것은 마찬가지다. 친명계 인사들로 구성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을 내고 “책임은 온전히 원내대표단에 있다”며 “민주당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기이한 결과를 방치한 원내대표단은 즉시 전원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