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산 중턱에 자리한 대형 서킷, 후지 스피드웨이(Fuji Speedway)에서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 대회인 FIA WEC(FIA World Endurance Championship)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6 Hour of Fuji)가 펼쳐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이자 여러 브랜드들이 격돌하는 격전의 장, WEC는 그 자체로도 모두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모터스포츠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가 가까운 곳에서 펼쳐지는 만큼 현장을 찾아 취재에 나섰다.
FIA WEC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를 취재하며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13호 태풍 ‘윈잉’을 마주하다
FIA WEC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 취재를 위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출발 지연으로 인해 나리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을 일행에 미안함이 생겼다. 전날 IAA 모빌리티 2023 취재를 마치고 독일에서 돌아온 탓에 비행기에서는 금방 잠에 들었다.
그러나 일어난 후에도 비행기는 아직 하늘이었다. 13호 태풍 ‘윈윙’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예상보다 세시간 늦은 도착, 일행을 만나 곧바로 렌터카에 올랐다. 자연스레 후지 스피드웨이까지 가는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태풍의 영향은 도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리타공항에서 도쿄를 지나 후지 스피드웨이로 가야 하는데 침수로 인해 나리타공항에서 도쿄로 가는 고속도로가 통제된 것이다. 이에 나리타공항 인근의 일반도로, 그리고 시골길을 거친 후에야 고속도에 오를 수 있었다.
결국 후지 스피드웨이 도착시간이 너무 늦어져 숙소인 누마즈 역으로 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시 만난 후지 스피드웨이
과거 해외 모터스포츠 취재를 위해 후지 스피드웨이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등을 담당하던 TRD(Totoya Racing Development)의 주요 임원들의 안내, 도움 덕분에 무척이나 수월하게 출입, 취재할 수 있었다.
다시 마주한 후지 스피드웨이는 여전히 거대했고, 쾌적했으며 발전된 모습이었다. 실제 미디어 센터는 말 그대로 ‘취재의 편의성’을 보장하기 위한 견실한 구성을 갖췄고, 업무 전반에 걸쳐 쾌적함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현지 방문 이전, 이미 컴퓨터를 통해 모든 작업을 다 해놓은 상태였는데 다시 수작업을 통해 각종 서류를 정리하는, 한국 사람에게는 다소 답답한 일본 특유의 ‘업무 프로세스’ 또한 여전했다.
후지의 미디어 센터, 그리고 방염복
후지 스피드웨이의 미디어 센터는 말 그대로 취재하기 최적의 공간이다. 넓고 많은 취재석은 물론이고 다양한 모니터링 TV가 곳곳에 설치됐다. 더불어 각 테이블에 마련된 콘센트, LAN 포트, USB 충전 포트 등 모두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미디어 관계자, 그리고 각 팀 관계자들이 어우러져 대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참고로 기자의 옆자리에는 캐딜락 레이싱과 콜벳 레이싱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매니저가 있었다.
참고로 미디어 센터는 여러 기자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미디어 센터 출입 전 자신의 자리를 지정하고 해당 자리에 자신의 인식표 등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거 국내의 여러 대회에서도 사용한 방법인데 무척 편리한 방법이다.
이번 취재는 다소 급하게 준비된 만큼 ‘모든 취재 권한’을 획득하진 못했다.
특히 FIA WEC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의 경우 피트 스톱을 통해 연료 보충, 타이어 교체 그리고 드라이버 교체 등 다채로운 일이 벌어지는 만큼 ‘피트 레인’ 출입권한이 필요했다.
다만 화재 등의 위험이 있는 만큼 FIA의 안전 규정을 충족하는 방염복, 그리고 상황 발생 시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헬멧이 요구된다. 자격은 충족되어 있는 만큼 다음에는 꼭 방염복을 준비해 피트레인 권한을 획득하고 싶었다.
참고로 FIA WEC 측에서는 취재 권한을 매체의 형태, 그리고 촬영 방법(사진, 영상) 그리고 출입권한(트랙사이드/피트레인) 등 다양한 방법과 규칙 하에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트랙사이드 및 피트레인 등 ‘레이스카’를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범위에서의 취재를 한다면 모두 개별적인 보험을 가입해야 취재 신청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교하고 철저한 운영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즐기는 방법
보통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팬이라 한다면 그리드 워크, 피트 워크를 둘러보고 관람석에 앉은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다.
실제 관람객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관람석에 앉아 대회를 지켜보거나 후지 스피드웨이 곳곳에 자리한 언덕 등에 텐트를 치고 의자를 두고 앉아 마치 캠핑을 즐기듯, 그리고 휴식을 취하듯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현장에서 뛰어다니며 취재하는 기자들보다 더욱 고가의 촬영 장비를 가져와 촬영하는 관람객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렌즈는 말 그대로 ‘레이스카’와 선수들에 집중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관람객들 맞이한 다채로운 공간
FIA WEC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가 펼쳐지는 후지 스피드웨이는 말 그대로 거대한 축제의 장이었다. 실제 관람객들은 경기를 관람하는 것 외에도 서킷 곳곳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 관람석 뒤쪽에는 여러 부스가 마련되어 지역 특산품부터 각종 다이캐스트, 자동차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모습이었고 ‘모터스포츠’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오버테이크’ 등의 홍보 공간도 마련됐다.
이외에도 토요타를 비롯해 푸조, 굳이어 타이어, ACO 등 다채로운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이 각 브랜드들의 여러 활동, 그리고 전시차량 등을 관람하며 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참고로 곳곳에 음식을 구매하고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이번 대회의 경우 ‘내구 레이스’의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감성을 강조한 점포들이 주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쾌거
올 시즌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페라리에게 우승을 내주며 아쉬움을 마주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본고장, 그리고 자국의 팬 앞에서 진행된 FIA WEC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완벽한 승리를 이뤄내 ‘위안’을 삼았다.
참고로 FIA WEC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의 결과를 통해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시즌 챔피언에 올랐고, 드라이버 포인트는 바레인에서 펼쳐질 최종전에서 ‘집안싸움’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편 FIA WEC는 대회가 모두 끝난 후 대회 현장에 5만 4,700여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했음을 밝혔다. 특히 당일 일본 전역에서 여러 ‘프로’ 대회가 펼쳐지며 ‘팬들의 분산효과’까지 감안한다면 무척 대단한 수치다.
가능성, 그리고 그 내용을 떠나 국내에서도 이런 관람객 수를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