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란 무엇인가 눈을 뜨게 해 주신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과 연주자의 삶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연주한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강렬한 지휘자의 불을 지펴 준 베토벤까지. 음악가로서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세 가지가 모인 영광스러운 연주 일정이에요."
첼리스트 겸 지휘자인 장한나(41)가 첼로 스승인 미샤 마이스키(75)와 지휘자와 독주자로 2012년 8월 성남아트센터 공연 이후 11년 만에 한국 음악팬과 만난다. 17일 전주를 시작으로 19일 대전, 21일 경주, 23~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이어지는 무대에서 디토 오케스트라와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5번,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연주를 앞두고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한나와 이날 벨기에에서 입국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곧장 달려온 마이스키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마이스키의 1992년 내한 공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한나의 아버지가 사인회에서 마이스키에게 당시 아홉 살이던 장한나의 연주 영상을 전한 것을 계기로 장한나는 마이스키의 "유일한 단 한 사람의 제자"가 됐다. 장한나는 "악보란 한 인격의 혼이 담긴 작품임을 열 살 꼬마에게 진지하게 깨우쳐 준 선생님"이라고, 마이스키는 "작은 소녀였는데 어떤 설명도, 상상도 할 수 없는 훌륭한 첼리스트였다"고 첫 만남을 돌아봤다.
마이스키는 2007년 지휘자로 전향한 제자의 음악적 커리어에 대해서는 "첼리스트 활동을 희생한 데 대해 복잡한 심경"이라면서도 "열정 넘치고 직관력과 지성, 에너지 등 다양한 자질을 가진, 청중의 눈과 귀뿐 아니라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지휘자"라고 장한나를 치켜세웠다.
두 사람의 협연은 한국에서는 11년 만이지만 지난 5월 장한나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자주 함께 무대에 서고 있다. 3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은 음악가로서의 철학도 닮아 있다.
"음악 애호가에게 연주자가 가진 최선을 최대한 공유하고 전하는 게 중요한 만큼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야죠. 언젠가 슈베르트의 첼로 2대를 위한 오중주곡을 장한나와 함께 연주하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마이스키)
"지휘자로 연주를 함께하며 선생님의 해석과 그 안에서 개성을 추구하는 연주 스타일에 익숙해졌어요. 첼로 연주도 언젠가 하면 좋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음악 안에서 나를 찾고, 내 안에서 음악을 찾는 끝없는 여정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장한나)